[방송] '잘난 처녀들' 私생활 다 털어놓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 거침없는 성담론으로 화제가 된 영화 '처녀들의 저녁 식사'의 TV판인 '싱글즈 인 서울'의 배혜진·홍연정·피현정·유미나씨(左부터).

"동거요?찬성이죠.섹스는 배설의 일종 아닌가요." "여자의 섹스 요구는 남자와 다르지 않아요."('싱글즈 인 서울'출연자의 말)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아무리 성(性) 가치관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염집 처녀가 TV에 나와 거침없이 자신의 성생활을 이야기하고 속옷 차림으로 몸매도 자랑한다. '도대체 얼마나 한심한 여자이기에'라고 혀를 끌끌 찬다면 당신은 2004년을 살아가는 이 시대 싱글(독신) 여성들한테 세상 바뀐 줄 모르는 구닥다리 취급을 받을지 모른다. 여성들은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고 이제는 '나는 나, 나는 다르다'며 톡톡 튀는 개성을 경쟁적으로 내보이는 객기까지 부리는 판이다.

케이블.위성의 여성채널 온스타일은 오는 19일부터 10부작 리얼리티 프로그램 '싱글즈 인 서울'을 방영한다. 미국의 인기 프로그램 '섹스 앤드 더 시티'의 한국판을 표방하는 데서 알 수 있듯 전문직 독신 여성들의 사랑과 성, 결혼에 관한 생각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끌어낼 참이다. '섹스 앤드 더 시티'에서는 성 칼럼니스트와 홍보대행사의 이사, 변호사 등 뉴욕의 전문직 여성 네 명의 성생활을 다뤄 화제를 뿌렸다.

'싱글즈 인 서울'도 명문대 출신에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번듯한 직업을 가진 소위 '잘 나가는' 여성 네 명이 주인공이다. 거침없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을 캐스팅하는 게 프로그램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터라 제작진은 사람을 찾는 데만 3개월을 보냈다.

제작진은 여성지와 TV 등에 등장한 미혼 여성들 위주로 50여명의 후보군을 선정한 뒤 3차에 걸친 심층면접을 통해 최종 출연자를 결정했다. 그 결과 여성지 '엘르'의 뷰티팀장인 피현정(33)씨와 홍콩계 헤드헌터 사무실에 다니는 헤드헌터 배혜진(30)씨, 수의사 홍연정(29)씨, 나이키 마케팅담당 유미나(28)씨가 선발됐다.

일주일 내내 6㎜카메라가 따라다니기 때문에 사생활이 완전히 드러나고, 일주일에 두번씩은 스튜디오에 모여 앉아 공개적으로 하기 어려운 지극히 사적인 속내를 털어놔야 함에도 50여명의 후보군 중 그 누구도 출연을 고사하지 않았다.

오히려 면접 과정에서 제작진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수위가 높은 발언도 쏟아져 나왔다는 후문이다. 빼지 않고 오히려 나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바로 이게 이 시대 싱글 여성들의 한 특징인 셈이다.

'싱글즈 인 서울'은 지난주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해 19일 밤 11시 첫회 '싱글은 다르다'(Single, It's Different)를 방영한다. 여기서는 일단 인물에 대한 소개 정도로 그치지만 이후 프로그램에서는 보다 노골적인 화면과 발언이 기다리고 있다. 2회 '허리는 24, 가슴은 36'에서는 전문직 여성들의 속옷 차림이나 마사지를 받고 있는 벌거벗은 등까지 보여준다.

눈길은 확실히 끌겠지만 뜨거운 논란도 예상된다. 전문직 독신 여성들이 토해내는, 기존 사회통념과 배치되는 말이나 행동은 연예인의 그것보다 더 자극적이고 파급 효과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인공 여성들이 승마나 탱고.와인 마시기 같은 고급스러운 취미를 갖고 있고 일상적으로 파티를 즐기는 '특별한' 여성들이라 '보통' 시청자들이 위화감을 느낄 가능성도 작지 않다.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