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연기로 인기상승-나문희.정종준등 대표적 케이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기런 소리 말레!내레 부아가 치밀어서 원….왜 그리 뚱뚱거리간(툴툴거리긴)?』 『「때보」는 울보가 아이라 때가 보통이란뜻이니 집에서 씻고,「때특」은 때가 특히 많다는 뜻이니 목욕탕에서 씻어이 한대이.』 요즘 드라마는 사투리 잘 쓰는 연기자들이 인기를 좌우한대도 과언이 아니다.
KBS-1TV 인기일일극『바람은 불어도』에서 한여름에 먹는 평양냉면처럼 시원시원한 평안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할머니 나문희(55)씨와 SBS『옥이이모』에서 능청스런 경남사투리로 제자들에게 자기자랑을 일삼는 학교선생님 정종준(39)씨 는 대표적인케이스. 오랜기간 조연으로 활동,인기와는 거리가 멀던 이들은 최근 신인스타 중심의 가벼운 드라마에 입맛을 잃은 시청자들에게인간미 진득한 사투리연기로 TV보는 맛을 되찾아주면서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바람은…』에서 월남민 칠순할머니역의 나씨는 장남부부에게 어린애처럼 투정부리는 노망연기를 평안도 사투리로 멋지게 소화해낸다. 평안도출신 시청자들이 동향인으로 착각하고 인사를 해올만큼능숙한 그녀의 사투리는 이웃집의 평북풍수 출신 칠순할머니로부터배운 것이 전부.
경기도수원이 고향인 그는 82년 MBC드라마『시장사람들』에서처음으로 평안도아줌마역을 맡자 이웃할머니로부터 「사투리과외」를받은 끝에 지금은 방송가에서 몇 안되는 평안도 전문배우가 됐다. 그는 『평안도 사투리는 리드미컬한 운율이 최대 특징』이라며그 맛을 살리려면 입이 아닌 배에서 나오는 울림소리가 비결이라고 공개한다.
『드라마에서 평안도여성은 활달하고 막말도 잘하는 여장부 타입이 많다』는 그는 『노망난 모습이 시청자의 미움(?)도 받고있지만 가난했던 시절 억척스레 자식을 키우며 고생한 어머니상이라면 이해할 여지가 많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한편 『옥이이모』에서 주인공 상구의 학교선생님인 정씨는 매사에 진지하지만 결과는 항상 엉뚱한 「검프」적 캐릭터로,코믹연기자가 대거포진한 이 드라마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인물.
수업도중 『군대에서 건빵을 안줘 보초서기를 거부했대이』따위의치졸한 무용담을 늘어놓거나,때검사를 하며 아이들 배 위에 「때특」을 적는 모습은 시청자를 포복절도케 한다.그의 코믹연기는 어눌한 경남사투리에 힘입은 바 크지만 실제는 서 울토박이.그의사투리는 70년대말 중앙대 연영과 재학시절 마산출신 학우들을 상대로 배운 것이다.
80년 KBS7기로 데뷔했으나 86년 『임이여 임일레라』에서주연을 맡은 것 이외엔 빛을 보지못해온 그가 「사투리」로 성공한 것에서 시대의 또다른 조류를 느끼게 해준다.
姜贊昊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