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77그룹 급부상-文革이후 대학나온 엘리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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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중국의 政.官.財界에 지난 66~76년 문화혁명이후 대학을 다닌 새로운 엘리트그룹이 급부상하고 있다.
30代후반부터 40代인 이들은 특히 개인사업체와 금융.법률부문,대학교수등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黨.政 주요기관의 브레인및 국영기업 실무책임자로 광범위하게 포진하고 있다.
문화혁명의 간접 피해자들인 이들 그룹은 문혁(文革)이 끝난 77년이후 출신계급이나 당성(黨性)보다 실력으로 대학에 입학한세대여서 「77그룹」으로 불린다.이들 77그룹은 문혁당시 중국을 휩쓴 극좌주의와 홍위병의 횡포로 부모가「무산 계급의 敵」으로 몰려 공직(公職)에서 추방당했거나 출신계급.이념투쟁등으로 말로 다할 수 없는 고초를 겪었다.
이들은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내세워 시험성적順으로 대학입학을 허용함에 따라 20대1의 치열한 경쟁을 거쳐 대학에 들어온「경쟁세대」다.
현재 40대 후반~50대인 바로 앞세대가 마오쩌둥(毛澤東)에의해 군중운동에 동원되고『인민속에서 배우라』며 농촌과 산간벽지로 강제 하방(下方)돼 젊은 시절을 허송했던 것과 달리,이들은전공분야에 대한 확고한 지식에다 자본주의 선진 국에 유학한 경험까지 있어 각분야 실무책임자로서 실질적으로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칭화(靑華)大 陳모(49)교수는 66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문혁의 파도에 휩쓸려 공대(工大)교수였던 아버지와 함께 산시(陝西)省 오지로 쫓겨가 10년간 농사일을 해야 했다.그러나 하루일을 마치면 밤마다 수학.물리학.영어책을 붙들고 씨름한 끝에문혁이 끝난 다음해 칭화大에 재입학하는데 성공했다.그는 지금 칭화大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학 커리큘럼을 시장경제에 맞게 뜯어고치는 작업을 하고 있다.
陳교수뿐 아니라 이같은 사례는 중국사회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이들은 공식적인 조직을 형성하진 않고 있으나 문혁의 고통을 공유하는 세대로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학연등에의한 인간관계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이데올로기보다 결과를 중요시하고 ▲개인사업(私營)부문확대 ▲법치주의 확립등에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또 두뇌는 서구지향적이면서도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한국의 박정희(朴正熙)式 개발독재를 중국이 지향할 모델로 선호(選好 )한다.
黨 원로의 자제들로 구성된 소위「태자당(太子黨)」과 반대되는배경과 이념을 가진 이들 77그룹은 중국의 미래를 담당할 개혁주도세력으로서 중국의 새로운 지도층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李陽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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