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기관장 사퇴’ 보·혁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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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 기관장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발언을 둘러싼 논쟁이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흡사 좌우 이념 논쟁의 대리전 양상이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회장 김용태 )은 17일 ‘완장 찬 유인촌 장관은 망언의 폭력을 멈추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유 장관을 맹비난했다. 민예총은 성명서에서 “정치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선배 문화예술인들을 능멸하고 있다”며 “폭력적 협박과 모독으로라도 쫓아내겠다는 유 장관의 독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는 한평생을 천착해온 예술인에 대한 폭력 행위이며 예술계 전체에 대한 패륜 행위”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최근 유 장관의 모습은 권력이란 낮술에 취해 폭력의 칼을 휘둘러대는 망나니”라고까지 비난했다.

이에 맞서 한국예술단체총연합회(예총·회장 이성림 )는 18일 ‘문화권력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예총은 “민예총의 성명서는 예총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하는 책무를 던져 주었다”며 운을 뗀 뒤 “지난 10년 동안 신종 홍위병의 극악함을 보여준 자신들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것이야말로 지나간 문화 권력들이 반성해야 할 첫 번째 일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예총은 이어 “문화예술위원회가 겉으로는 그럴듯한 공모제의 모양새를 취하면서 실제로는 ‘코드 나눠 먹기’의 음모를 자행했음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권력에 기대어 자리 보전하는 예술인들의 퇴진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합민주당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강혜숙·정청래 의원 등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사퇴 압박은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위법 행위이며 직권남용”이라며 “이 같은 범법 행위에 대해 검찰에 고발할 것을 검토하겠다”며 유 장관을 비난했다.

최민우 기자

◇민예총=진보 문화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1988년 설립돼 현재 50여 개 지부, 10만 명가량의 회원을 두고 있다.

◇예총=문화계 보수 진영을 대표하며 1962년 설립돼 현재 127개 지부에 34만 명가량의 회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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