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美의 "영웅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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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9일 미국의 아침은 떠들썩하게 시작됐다.보스니아에서 격추됐다가 6일만에 구출된 스콧 오그래디 대위 얘기로 온나라가 축제에휩싸인듯 했다.신문들은 일제히 도표와 그림등을 곁들여 구출얘기로 지면을 가득 채웠다.미국 국가가 뉴스 때마다 울려나왔다.주요 방송사마다 질세라 오그래디 대위의 부모.형제등을 생방송으로출연시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클린턴대통령은 이날 구출 소식을 전해듣자 경축의 의미로 궐련을 피워물면서 그를 백악관에 정식으로 초빙,국민들의 흥을 돋우게 했다.
구출사건을 대하는 미국사회의 이같은 반응들을 보며 느껴지는 첫 소감은 다소 호들갑스럽지 않느냐는 것이었다.좋은 일이 있어도 일부러 내색을 삼가는 우리네 풍토에서 보면 어딘가 낯 간지럽다는 느낌이 든다.그러나 좀더 곰곰이 지켜보노라 면 어딘가 다른 것이 느껴진다.「작은 즐거움」을 「큰 기쁨」으로 바꿀줄 아는 이들의 사회 분위기에 대한 놀라움이 그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미국 사회는 다소 우울한 분위기에 빠져있었다.그중에서도 미국인들에게 결정적인 충격타가 된 것이 오클라호마시티 폭탄테러사건이었다.중동이나 회교권처럼 「한급 낮은」 곳에서나 일어나는 것으로 여겼던 테러가 바로 자국 민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사실에 깊은 상처를 입은듯 보였다.
이런 가운데서 발생한 구출사건이라는 작은 「호재」를 미국 사회는 놓치지 않는 것같다.
미국은 영웅이 비교적 쉽게 만들어지는 곳 같다.좋은 일이라면작은 것도 크게 보려는 긍정적인 사고의 소산이다.「영웅 만들기」는 나아가 사회 통합과 국가 경영의「노하우」로 활용되는 것 같이도 느껴진다.「영웅 만들기」에 인색한 우리가 깊이 참고해볼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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