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우리의 미래가 보인다"펴낸 尹乃鉉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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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윤내현(尹乃鉉.단국대.사학)교수는 우리 국사학계의 이단아(?)다.적어도 이단아였다.중국사를 전공하면서 우리 상고사를 파고드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고조선(古朝鮮)과 관련한 그의 학설은 학계의 통설과는 영 딴판이기 때문이다.
고조선이 한반도는 물론 북만주와 내몽고에 접한 광대한 영토를지녔고 기자조선(箕子朝鮮)이 실재했다거나(단 고조선의 변방인 북경부근 난하일대에)한사군(漢四郡)은 한반도에 설치되지 않았다는 등 그의 이론은 우리의 고대사 상식을 깨뜨리 는 것 투성이다. 이런 尹교수가 최근 『고조선-우리의 미래가 보인다』(민음사)는 대중적 역사교과서를 펴냈다.
『최근 세계화가 부각되면서 영어.컴퓨터 교육등 기능적인 면만강조되고 민족가치관이나 철학등 본질이 등한시되는 것 같아 우리고대사상에서 민족 고유의 이념.사상을 찾아보자는 뜻에서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尹교수는 뜻있는 연구자라면 누구든지 그 정도의 책은 엮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러나 그의 이번 저서도 그렇게 간단치 않다.정치.경제.사회.기술 심지어 당시 사용된 조미료까지 고조선의 모든 것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역사연구에 민족이념찾기란 목적의식이 바람직하냐』고 물었더니『역사연구란 본래 과거를 알아내 미래를 밝히자는 것』이라는 소신을 되돌려준다.
고조선의 뛰어난 점만 강조한 것은 재야사학의 국수주의적 태도와 맥이 닿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尹교수는 당당하다.자신은우리 민족의 우수함을 강변한 것이 아니라 학문연구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 겨레의 특징을 밝힌 것이란 답변이다.
실제 그는 고조선의 청동기문화가 시베리아나 중국보다 일찍 시작된 것으로 설명하면서도 동북아의 청동기문화가 고조선서 비롯됐다는 언급은 피한다.또 위서 시비가 매듭되지 않았다 해서 재야사학의 상고사연구 「경전」인 『환단고기(桓檀古記) 』도 자신의연구에선 인용을 삼갔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학설이 기존의 통설과 다르게 된 이유가 일반 국사학자와 달리 중국측사료를 풍부히 연구하는 한편 고고학.
문헌학 등의 성과를 원용했기 때문이라고 尹교수는 설명한다.고대사의 경우 어차피 현장연구가 제한된 만큼 북한사학 도 정치적인것과 구별해 수용할 것은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그의 시각과 독특한 학설로 인해 尹교수는 지난 82년 「기자신고(箕子新考)」란 고조선관련 첫 논문을 발표한 이후 『대중적 인기만 노리는 국수주의자』『북한사학과 비슷한 공산주의 사학자』라는 학문외적 반응을 얻으며 수사기관에 불 려가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한편 그의 학설을 지지하는 젊은 연구자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지적하자,『어차피 학문은 홀로서기가 아니냐』며 담담한 표정을 짓는다.
尹교수는 하버드대 연경(燕京)도서관에서 두차례나 한국관련 중국사료를 복사해 올 정도로 욕심을 부렸으면서도 아직도 홍콩의 한 서점을 통해 중국측의 한국사 연구성과를 계속 입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그의 학문적 욕심은 머지않아 한국사의 새로운 돌풍을 몰고올 「열국(列國)시대사」로 전개되지 않을까 싶다.
金成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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