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보스니아政策 "삐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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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빌 클린턴 美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그간의 소극적인 對보스니아 불개입 정책에서 선회,美지상군 투입의 가능성을 천명한 것은무엇보다도 냉전체제 붕괴후「국제경찰」미국의 체면손상을 막기 위해서다. 또한 이번 유엔군 인질사태의 직접적 계기가 된 지난번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세르비아계 공습을 주도한 미국으로서는 이번 사태로 직접 피해를 보고 있는 프랑스와 영국등 유럽동맹국들의 고통을 더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클린턴대통령이 분명히 했듯 미국이 당장 보스니아에 미군을 파견하겠다는 것은 아니다.▲의회와의 협의를 거쳐▲유엔군의철수나 재배치.병력증강등의 목적에 한해▲미군이 NATO군의 일원으로 작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단 것은 미국이 보스니아에 파병을 해도 실제 행동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는 對보스니아 정책과 관련,의회 다수파인 공화당으로부터 신랄한 비난을 받고 있는데다 자칫 잘못 개입했다가는 지난번 소말리아에서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은 물론 「제2의 베트남」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특히 내년에 실시될 대통령선 거를 의식하면 미국의 지상군 파병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때문에 미국의 정책변화에도 불구,앞으로 보스니아사태를 놓고영국.프랑스등 유럽과 미국의 불협화음이 표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말로는 협력을 외치면서도 정작 위기가 닥치면 각국은 주저없이「자국 이기주의」로 돌아설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갈등은 인질사건 이후 영국과 프랑스가 보여준 군사적 행동에서도 잘 드러났다.영국은 지난달 28일 33명의 유엔평화유지군 소속 자국 병사가 세르비아계 반군에 인질로 붙잡히자 즉시 6천2백명의 추가병력을 파견키로 결정했으며,2 백여명이 인질로 잡힌 프랑스는 항공모함 포쉬號를 보스니아 연해에 급파,자국군대의 보호에 나섰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은 당연히 유엔 안보리와 협의해야 할 사항이어서 다른 동맹국 사이에서는 자국이기주의의 단적인 사례로 비춰지고 있다.
유럽의 이같은 서운함을 무마하고 미국의 체면도 세우기 위해 미국이 다소의 정책선회를 발표하긴 했지만 보스니아사태를 둘러싼각국간 이해관계가 달라 갈등의 골은 쉽게 메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워싱턴.런던=陳昌昱.南禎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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