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떼 짝짓기 야간행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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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산골짝에서 겨울잠을 자던 어미 두꺼비들이 산 아래 연못으로 무리 지어 대이동을 시작했다. 11일부터 대구 월드컵경기장 인근인 수성구 욱수골 일대에서다.

연못인 망월지 옆으로는 자동차가 다니고 음식점도 있다. 욱수골과 망월지는 지난해 국내 최대 두꺼비 서식지와 산란지로 확인된 곳이다.

몸 길이 10∼12㎝ 암컷은 몸집이 작은 수컷을 한 마리씩 등에 업은 채로 짝을 이뤄 이동한다. 어스름이 내리는 오후 7시부터 9시까지가 절정이다. 대구경북녹색연합에 따르면 11일 밤 300여 마리, 12일 밤 500여 마리 등 점차 개체수가 늘고 있다. 알을 낳기 위해서다. 도시 한 귀퉁이의 두꺼비 행렬은 생명의 신비를 더한다. 녹색연합은 비가 예보된 14일 습한 날씨를 좋아하는 두꺼비들이 대규모로 이동하고 20일까지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두꺼비 이동을 관찰해 온 녹색연합 이재혁 운영위원장은 “국내에서 산란을 위해 두꺼비가 소규모로 이동하는 모습은 많이 알려졌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이동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망월지의 두꺼비 알은 올챙이를 거쳐 네 발이 나오는 5월이 되면 아기 두꺼비들이 다시 어미가 사는 욱수골로 올라간다. 지난해 5월엔 수십만 마리의 아기 두꺼비들이 망월지를 나와 수백m 떨어진 욱수골로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돼 세상에 알려졌다. 이번에 산란을 위해 망월지를 찾은 두꺼비들은 일주일 정도 머물다가 다시 서식지인 욱수골로 돌아간다.

두꺼비 이동에 맞춰 보호 활동도 시작됐다. 지난 2월 발족한 ‘대구망월지두꺼비보존대책협의회’(회장 박희천 경북대 교수)는 대구시·대구환경청·녹색연합 등과 안전한 이동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문 조사단을 구성해 예상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도로 쪽 연못 제방에 보호 울타리를 설치해 이동 중 길 위에서 죽는 것을 막고 있다. 또 11일부터 망월지 일대에 차량을 통제하고 인근 음식점의 폐수가 흘러들지 않도록 오수관로도 정비했다.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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