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문디자인업체 제자리 찾아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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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국내 자동차 디자인 업체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현재 자동차 디자인 능력을 갖춘 국내 디자인 전문업체는 89년 가장 먼저 설립된 212디자인을 비롯해 마노.IDN.코다스.프로토디자인등 5개사 정도.
이들 회사중 마노.프로토디자인.IDN등은 작년말 국내 자동차메이커로부터 시험적으로 일부 자동차 모델 변경 디자인 용역을 맡았고,최근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했다.그동안 자동차 메이커의 외면으로 자동차용품.전자제품등의 디 자인 사업을 하면서 명맥을 유지해 왔다.
유명무실했던 국내 자동차 디자인 업체들이 메이커로부터 디자인용역을 의뢰받게된 것은 나름대로 실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의 결과. 프로토디자인은 이달초 경기도 용인에 연건평 3백평 규모의자동차 디자인 전용 연구소를 개소했다.
마노의 경우는 디자인 업체로는 유일하게 서울 모터쇼에 자체 디자인한 전기자동차 「치타」를 출품함으로써 실력을 보였다.
자체 디자인실을 갖고 있는 자동차 메이커들이 외부 디자인 업체에 용역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인력 부족 때문이다.
현대.기아.대우자동차등은 1백명에서 3백명 정도의 디자인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양산(量産)모델의 디자인 개발을 수행하는데도 벅찬게 현실이다.자동차 디자이너는 미적 감각.표현 능력 뿐만 아니라 생산 공정.구동 메커니즘등에 대한 전 반적인 기술지식도 갖춰야 한다.
디자인을 전공한 대졸 신입사원이 제대로 자동차 디자인을 하려면 최소한 4~5년은 걸린다.단기간에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자동차 회사는 일부 디자인 변경 작업의 경우 외부 용역을 주고 있다.
또 자동차 업체의 디자이너들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워 참신한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도 외부 용역이 필요하다.
신차(新車)개발에 총 소요되는 4~5년의 기간중 디자인 작업기간은 초기 1년 안팎.이 기간에 새로 개발할 차의 개발 방향(개념)을 잡는 것부터 시작해 이를 스케치로 표현하고 수차례의품평과 검증을 거친다.이어 실물 크기의 디자인 샘플을 만들어 설계도면 제작까지 연결된다.
이 과정에서 미적 측면 뿐만 아니라 생산을 염두에 둔 기술적측면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수정작업이 계속된다.
이제까지 이같은 자동차 디자인 용역은 전적으로 외국 디자인 전문업체의 몫이었다.
프로토디자인의 김한철(金漢哲)사장은『당장은 외국 유명 디자인업체에 용역주는 것이 편할지 모르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작업의효율성이 떨어져 장기적으로 볼때 국내 디자인 업체를 육성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車鎭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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