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국型복지와 기업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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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성장과 복지가 조화된 한국형 복지공동체의 청사진을 마련해 주십시오.』 지난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국민복지기획단의 운영계획을 보고받고 이렇게 말했다.지난 3월 유엔 사회개발정상회의에 다녀온 후 두번째로 한「한국형 복지」에 대한 언급이다.3월23일 첫 언급에서는 「생산적 복지」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번에도 「성장과 복지」를 함께 말하며 한국형 청사진을 주문했다. 과연 성장과 복지가 조화된 한국형 복지는 어떤 것일까.
대통령이 강조하고 국민복지기획단까지 구성됐으니 앞으로 그 구체적 모습이 등장할 것이다.그러나 미리 관심이 가는 것은 앞으로그 모습이,방향이 어떠하냐에 따라 우리 사회복지의 총 체적 모습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복지기획단 기사가 나온 같은 날 노동부에서는 새로운 발표가 있었다.바로 「산업인력 육성방안」이라 하여 민간기업의 직업훈련에 정부가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내용이었다.그 방안은 이외에도 기업의 기능대학 설립을 허 용하고 근로자가 고급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체제를 확립하겠다는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노동부는 또 이의 실천을 위해 오는 10월 각계인사로 산업인력개발연구단을 구성키로 했다.
두 발표가 어떤 내막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향후 한국적 복지모형의 방향을 앞서 보는 것같아 흥미롭다.기업의 인력개발 참여가 복지대책의 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코펜하겐 사회개발정상회의에서 가장 강조된 것중의 하나가 기업의 새로운 역할이었다.향후 21세기 복지사회 모형에서는 국가(제2차 섹터)에 의한 복지 외에도 기업(제1차 섹터),민간 자원봉사(제3섹터)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 었다.특히기업은 사회복지의 예방적 차원에서 새롭게 그 역할이 강조됐다.
과연 기업이 사회복지 향상을 위해 어떤 역할과 기능을 담당할수 있을까?이점에서 당시 코펜하겐에 본부를 둔 세계적 연구기관인 「만닥 모르겐」연구소의 제안은 큰 관심을 끌었다.「新사회개발 협력(파트너십)」이란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동 연구소는 기업의 사내 직원교육.탁아서비스.개별화된 작업풍토.지역사회 봉사등의 많은 전략을 제시했다.
연구소는 우선 이 전략들이 장차 경쟁이 치열해질 국제시장에서기업이 필연적으로 실시해야 할 일들로 전망했다.즉 앞으로는 기업들이 회사 내적으로는 사원의 자기발전(인력개발)프로그램을 실시,외적으로는 지역사회 봉사.참여를 많이 해 「 매력」직장의 이미지를 심어야 우수인력이 확보되고 제품판매가 가능할 것이라는전망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사회복지 측면에서 1차섹터인 기업이 자립,재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해 정부의 2차적 복지 부담을 줄이도록 하자는 것이다.기업이 사원 외에도 소외계층 고용이나 직업훈련을 담당할 경우 세제 인센티브까지 주자는,이번에 노동부가 발표한 것과 같은 비슷한 방안들도 제안됐다.
이번 노동부 발표는 사회복지보다는 부족한 산업인력 육성이라는노동정책에 더 비중을 둔 듯하다.그러나 이는 「만닥 모르겐」연구소가 제시한 新사회개발(복지)의 틀로서도 달리 조명될 수 있다.따라서 단순한 노동인력정책만이 아닌 「성장과 복지」가 조화된 한국형 복지 청사진을 그리는 차원에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것이다. 그점에서 산업인력육성방안은 새롭게 접근,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앞으로 국민복지기획단과 산업인력개발연구단의 공동연구도 한번쯤 있었으면 싶다.
〈자원봉사사무국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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