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취재 지침’ 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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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조직 개편으로 신설된 금융위원회가 언론사의 취재를 규제하는 내용의 지침을 만들어 출입기자들에게 통보했다가 본지가 문제 삼자 하루 만에 철회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1일 예정에 없던 설명회를 자청해 “기자실을 새로 만드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이 지난 정부 때 만든 지침을 실수로 (기자들에게)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전혀 몰랐다. 이런 실수가 생긴 데 대해 총책임자로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표방하고 있듯 투명하고 열린 대(對)언론 관계가 평소 나의 지론”이라며 “새 정부의 전체적인 가이드라인(지침)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등록 기준을) 새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취재지침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기 전인 10일만 해도 금융위 실무진은 이 지침을 강행할 뜻을 비쳤다. 홍영만 금융위 홍보관리관은 10일 “기자실 공간이 제한돼 있어 최소한 주 3회 출입요건 등을 지킬 필요가 있다”며 “세부 내용은 조정하겠지만 배포한 지침이 근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 공무원들이 세상이 바뀐 것을 모르고, 별다른 생각 없이 노무현 정부의 언론관을 답습하는 바람에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출입기자 등록 등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오보나 불공정 기사를 쓰거나 ‘엠바고’라 불리는 보도제한 약속을 깨는 기자는 금융위 정책홍보팀장(과장급)이 출입기자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기자실에 나오지 않은 기자도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또 금융위는 개별 인터뷰나 취재를 할 때는 미리 정책홍보팀장에게 요청서를 제출하거나 사전에 예약을 하도록 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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