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분석>8.끝 유세24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빅 3의 하루는 고달프다.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채 시작되기도 전이지만 후보들은 벌써부터 『힘들다』고 하소연이다.이들은 잠자는 시간조차 자유롭지 못하다.꿈속에서도 유권자들을 만나야 하기때문이다.
◇하루일정=서로가 다른 일정표에 따라 움직이지만 세 후보의 일과에는 공통점이 있다.
잠이 없다는 점이다.빅 3의 하루 수면시간은 4~5시간.
정원식(鄭元植.민자)후보는 23일아침 5시30분에 눈을 떴다.그의 집은 강서구 화곡동 까치터널 근처다.
간단히 집에서 새벽기도를 마친 그는 정원에서 맨손체조로 하루의 강행군을 준비한다.
7시15분쯤 집을 나선 그는 8시에 힐튼호텔에 도착,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종연구소 이사진 조찬간담회에 참석했다.9시10분자리를 뜬 그는 같은 호텔에 마련된 선거캠프에 도착해 「정책공약 목록」을 점검한다.11시30분에는 민자당 구 로구청장 추천대회에 참석,한바탕 즉석연설을 했다.점심은 미국 주정부의 파산사례등을 들으며 자문을 곁들인 점심을 했다.오후 일정은 다시 광진구와 송파구 구청장추천대회가 기다리고 있다.저녁 10시가 돼서야 관훈동 후보사무실을 들러 힐튼 호텔 캠프로 돌아온 그는심야 참모회의를 한다.만보기를 찬 수행비서가 『8천보나 걸었다』고 귀띔한다.
조순(趙淳.민주)후보는 23일 모처럼 한가한(?)일정을 맞이했다.서울시내 구석구석을 누비던 그가 이날 바쁜 일정에서 해방된 것은 오후6시30분으로 예정된 관훈토론회 준비 때문이다.전날밤 12시에 잠이 든 그는 5시에 일어나 서재에 서 맨손체조를 곁들인 요가를 했다.
수행비서인 조병훈(趙柄勳)씨가 오늘의 일정을 설명한뒤 아침식사를 마친 그는 오전 10시 봉천동 집으로 찾아온 참모들을 맞는다.관훈토론회 패널리스트들의 혹독한 질문에 대비해 답변서를 정리하는 시간이다.정치판에 생소한 그로선 관훈토론 회가 주는 중압감이 큰 것같다.밤 11시 집으로 돌아온 그는 TV뉴스등을보며 토론회에 나선 자신을 구경한다.朴후보의 집은 방배동이다.
그는 아침 5시에 일어나 집에서 1㎞거리인 뒷산 약수터까지 산책을 겸한 운동을 마친뒤 응■실에서 간이 참모회의를 연다.7시에 집을 나선 그는 지하철 2호선 방배역에 도착해 얼굴을 알아보는 시민들과 악수를 한뒤 지하철에 오른다.그는 지난달 22일부터 아침 저녁 출퇴근길에 지하철을 탄다.출퇴근길에 2시간 정도 만나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 대한 얼굴알리기다.오전10시서울영등포 정수장에 들른 그는 서울의 상수도 관리를 확인한다.
저녁 6시 그는 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美문화원 점거농성 10주년 기념모임에 참석해 변론을 맡았던 당시를 회상하며 참석자들과일일이 인사한다.밤 10시에 집으로 돌아온 그는 참모들과 함께가판으로 배달된 조간신문과 방송을 모니터하고 하루일정을 평가한다. ◇만나는 사람들=鄭후보진영은 본격적인 선거운동조직이 출범되지 않았다.때문에 요즘은 민자당 지역구 행사인 지방선거 후보자 추천대회를 다니며 유권자 접촉을 위한 워밍업중이다.
趙후보는 야구장.시장.성당.대학교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좌판을 벌여놓은 아주머니들과 만나고 환호하는 야구팬들과 만나고 대학축제에서 젊은이들과 악수를 한다.참모들은 학자풍인 그에게서 현장냄새가 나게 하기위해 빡빡한 일정을 짜고있다. 朴후보는 특유의 게릴라 전술을 구사하고있다.다른 두 후보가 생각하지 못할 일정으로 맨투맨 접촉을 하고있다.운전면허시험장.지하철 보수현장등에서 느닷없이 그를 마주치는 사람들은 그가항상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鄭.趙 두 후보는 아직 『하루 24시간이 너무 짧다』는 말은안하고 있다.다만 정치판 경험이 많은 朴후보만이 선거운동기간이짧다고 불평이다.
趙후보는 『대학에서 교수로 있을때보다 한은총재시절이 5배나 바빴지만 한은총재때보다 지금은 10배이상 바쁘다』고 말하고 있다.鄭후보도 「내나이 올해 67세인데 이 나이에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하는 생각을 혼자 했다고 한다.
朴후보도 『한달사이에 체중이 2㎏이나 빠졌다』고 푸념한다.
〈朴承熙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