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재미있는 천문학 여행"펴낸 천문대 박석재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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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별만 쳐다보며 사는 사람들에게는 대개 별난 구석이 있다.천문대 박석재(朴碩在.37.천문정보팀장)박사도 말하자면 그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다.그가 최근 두번째 저서 『재미있는 천문학여행』을 펴냈다.
충남 공주출생으로 어려서부터 별보기를 가장 큰 재미로 알고 살아온 朴박사는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를 창립한 사람으로 어릴 때의 꿈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서울대.美텍사스大에서 천문학을 전공해 학위를 받은 초지일관 천문쟁이다.그의 대화는 주제가 거의 우주.천문학으로 고정돼 있다.주제는 하나지만 그러나 그 내용만큼은 매우 다채로운 것이 특징이다.
『재미있는 천문학기행』에는 그의 이런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태양계.블랙홀.은하 등 정통 천문학에 관한 얘기들이 전문가의글답게 아주 쉽게 설명돼 있다.여기에 천문SF 세편이 사이 사이 끼어있다.
朴박사는『대학시절 이후 머릿속으로 쭉 다듬어온 것을 처음 정리했다』고 말했다.책 끝부분에는『우리 꿈은 저 넓은 우주로』라는 하드록풍의 곡을 비롯한 세편의 천문 자작곡이 실려있다.
그는『노래는 못불러도 20년 이상 기타를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며 자신을 천문 뮤지션으로 소개해주면 더욱 좋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이 책 중간 중간에는 또 朴박사가 직접 그린 흑백 수채화가 대여섯장 있다.역시 천문.우주상상화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것들이다.그중 몇몇은 꽤 오랜시간 정성을 기울여 그렸다고 그는 말했다.
별만 보고 사는 사람들,즉 천문학도들은 여느 사람들에 비해 한가한 면이 많다.작은 것 하나라도 더 차지하려고 아옹다옹하는세상을 그들은 종종 잊어버리고 산다.
그러나 바로 이런 점에서 朴박사는 예외다.그는 틈만 나면 예의 충청도사투리로『아니,통일신라시대 천문학이 발달하지 않았으면장보고가 어떻게 중국까지 항해혀』 『우주원리가 그려진 태극기를봐,「하늘님」이 나오는 애국가는 어떻고』하며 전투적(?)이라고느낄 만큼 공격적으로 『우리민족만한 우주민족도 없다』고 천문홍보에 열을 올린다.그러나 그는 최근 이같은 전통이 하루가 다르게 사그라지는 것같아 퍽 슬프다고 말했다.「우주민족의 부활을 위하여」라는 다소 거창한 구호가 이 책을 펴낸 그의 변인 것도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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