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포 탈출하기 <10>파견근무가 이루어졌다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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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 23면

일러스트 강일구

신문사의 선배 기자가 “왜 이런 것은 안 쓰느냐”며 퉁을 놓는다. 가능하면 피동형을 피하고, 남에게 행동을 하도록 하는 접미사 ‘~시키다’를 쓸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간 뒤다. 말씀인 즉 ‘~어지다’ 유(類)의 문장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럽지 못한 피동형이라는 지적이다.

먼저 예로 든 것이 ‘이루어지다’다. 이루어지다는 이루다의 피동형이지만 널리 쓰이기 때문에 사전에도 올라 있다. ‘성사되다’ ‘구성되다’는 의미의 자동사다. ‘뜻이 이루어지다’ ‘물은 산소와 수소로 이루어진다’처럼 사용한다. 그러나 ‘이루는’ 것과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참여정부 기간에는 서울시 공무원들의 청와대 파견근무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전혀 없었다.)
성매매가 이루어질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장소나 지역의 출입이 금지된다.(성매매를 할 우려가…)
조직개편이 이루어질 경우 차관이 장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조직개편을 할 경우…)
 
첫 번째 문장은 연합뉴스가 송고한 기사의 일부분이고 두 번째 문장은 검찰 전자신문에 나온 문장이다. 언뜻 봐서는 뭐가 잘못됐는지 눈치 채기 어렵다. 그러나 수정한 것을 보면 원래의 문장이 어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루어지다’가 적절한지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요령 한 가지. 능동형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꿈이 이루어지다(→꿈을 이루다)는 자연스러우니 괜찮다. 반면 공급이 이루어지다(→공급을 이루다)는 어색하다.

‘주어지다’도 피해야 할 대상이다.

아파트 입주 자격은 ~인 사람에게 주어지며 10년 임대는 ~인 사람에게 주어진다. (…사람에게 주며 …사람에게 준다.)
퇴출 대상 교수들에게는 1개월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1개월의 유예기간을 준다.)
적절한 계기만 주어지면 잘 할 수 있다.(적절한 계기만 있으면…)
 
‘주어지다’는 문맥에 따라 받다·얻다·맡다·오다·있다·정하다·생기다·맞다 등으로 바꿔 쓸 수 있다. 보여지다· 모아지다·길들여지다·내려지다·불려지다·모셔지다·보내지다 등을 쓸 때도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