毒가스살인敎主체포 오움교 狂信徒 양산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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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마이니치(每日).아사히(朝日)신문등 일본의 유력언론들은 17일 오움진리교가 일본사회의 어두운 면을 자양분으로 삼아 교세를확장,국가전복까지 꿈꾸게 된 것으로 분석했다.지식층과 일반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지적된 선 진국 일본의 「그림자」는 가치관 상실,연공서열 우선의 사회시스템,암기위주 교육의 맹점으로 집약된다.
일본언론은 특히 고학력 젊은 층이 다수 오움교에 빠져든 데 경악과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다음은 왜 젊은 엘리트들이 오움교에 빠져들었는가에 대한 일본언론들의 분석이다.
▲가치관 상실=경제적 풍요와 대조적으로 가치관은 점점 혼돈으로 치닫고 있다.무엇이 옳고 그른지 구분할 능력도 관심도 없다.아오야마(靑山.35.고문변호사).조유(上祐.32.교단대변인)등 명문대출신 젊은 세대가 사이비종교에 빠진 것도 문제지만 수사기간 내내 이들에게 여중.고생 「오빠부대」가 줄줄 따라다닌 사실이 더 심각하다.범죄혐의자마저 그럴듯한 용모와 학력이라면 대중스타가 되는 세상이다.
경제적으로 포식(飽食)상태지만 개개인은 정체성(아이덴티티)을잃고 헤맨다.무언가 카리스마를 찾다가 사이비종교를 만나게 되는것이다. 경제대국을 향해 달렸던 일본 자체도 지금은 국가로서의방향성을 잃었다.脫냉전시대의 일본을 이끌 주도적 정치이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개인과 국가 모두가 가치관을 상실,공허감에 시달리고 있다.
▲연공서열 시스템=지나칠 정도로 꽉 짜인 사회시스템 때문에 젊은 층은 출구가 없다고 느끼게 된다.기성세대의 회사인간(會社人間)像은 장래목표로 삼기에는 너무나 초라해 보인다.오움교에서는 20대에도 「장관(대신)」이 될 수 있다.의사 (擬似)국가지만 자기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는 착각을 누릴 수 있다.특히 오움교의 이공계 엔지니어들은 도덕적 판단을 할 필요없이배운 지식을 이용해 독가스를 제조하는 일에 매력을 느꼈을 수도있다. 요가수행 과정에서 겪는다는 신체.정신적 이상체험은 이들에게 초월자.초능력자가 됐다는 확신을 주었을 법하다.
▲암기위주교육=피동적인 암기에 치중하는 일본식 교육은 독립적사고와 행동을 가로막는다.권위에 쉽게 순응하는 일본인의 특성이가세해 아사하라(麻原彰晃)교주같은 인물에 절대적 충성을 바치게된다.자주적인 가치관이 깃들이지 않은 ○×식 사고방식이 결과적으로 이탈 신도 납치,약물주사,毒가스테러마저 서슴지 않는 기형인간을 낳았다.
[東京=盧在賢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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