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食人상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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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애미티섬의 아름다운 해변.젊음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밤바다로뛰어든 아름다운 여인과 소리없이 다가오는 거대한 백상어.75년개봉돼 전세계에서 공전(空前)의 흥행실적을 기록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조스』는 이렇게 시작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상어」에서 느끼는 이미지는 부정적이다.거대한 입과 겹겹이 늘어선 날카로운 이빨,수백m 밖에서도 피냄새를맡는 예민한 후각(嗅覺),몸길이 3m정도의 백상어라면 어른 남자 5명이 전력을 다해 잡아당기는 것과 맞먹는다는 엄청난 무는힘.「바다의 무법자(無法者)」니,「식인(食人)동물(man eater)」이니 하는 별명들이 나올만도 하다.『조스』는 상어의 이런 이미지를 극대화,공포심을 자극함으로써 성공한 대표적 영화다. 여러 해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상어는 3백50여종.대부분이 사람에게 무해(無害)하지만 백상어나 청상어처럼 사람을 해치는 종류도 있다.통계에 따르면 금세기들어 상어가 사람을 습격하는 일은 전세계에서 해마다 50~75번꼴로 일어나고 이중 5~10명 정도는 목숨까지 잃는다.우리나라에서도 이번에 서해 보령 앞바다에서 벌어진 참변을 포함,59년 이후 5명이 상어에 물려 죽었다.
그러나 상어에 물려 죽을 확률은 인간 습격 사례중 절반 정도가 일어나고 있는 미국에서도 「벌에 쏘이거나 벼락에 맞아 숨질확률」보다 적다는게 과학자들의 지적이다.이른바 식인상어 종류도생각보다 겁이 많다.스쿠버 장비로부터 발생하는 기포(氣泡)만 보아도 놀라 달아나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작가들이 이들을 찍으려면 숨도 멈춰야 될 정도다.
『조스』의 원작자 피터 벤틀리가 바하마 군도(群島)에서 잠수중 식인 습성이 있는 종류의 상어와 마주쳤지만 이 상어는 배출물을 흩뿌리고 물이 탁해진 틈을 타 도망쳐버렸다.「식인」에 대한 공포에 편승해 해마다 수천t의 상어를 단지「스포츠 」로 살해하고 수십만t의 상어,특히 최고의 지느러미 수프감으로 치는 백상어는 남획(濫獲)으로 멸종(滅種)위기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이러니 상어인들 인간에게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겠다. 『무의미한 상어의 대량 살육을 중단하고 상어의 이미지를 바로잡기 위해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조스』의 대성공으로작가적 명성은 얻었지만 상어의 부정적 이미지 확산에 큰 기여(?)를 한 벤틀리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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