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악단 재정난에 신음-한양대 박은성.김의명교수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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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최근 국내 교향악단이 우후죽순처럼 창단되어 서울과 지방에 각10여개의 교향악단이 활동하고 있지만 연주의 질은 세계수준에 크게 못미치는 실정이다.그 원인은 무엇보다도 열악한 재정형편에있다.국내최고 수준의 KBS교향악단의 1년 예 산이 93년의 경우 32억원.뉴욕필의 2백32억원,NHK교향악단의 1백84억원에 비해 매우 초라하다.또 인건비가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있어 정기연주회 등 연주비용에 충당할 예산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단원봉급도 선진국 수준에 크게 미달된다.KBS교향악단의 경우 93년 현재 30년 경력 악장의 연봉이 3천7백만원으로 베를린필(8천5백만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5년경력의 평단원의 경우 KBS향이 1천6백만원,베를린필이 5천만원 수 준이다.
19일 오후4시 문예진흥원 강당에서 열리는「교향악단의 운영과처우개선」이라는 제목의 음협주최 세미나에서 한양대 박은성(朴恩聖.前서울시향 상임지휘자)교수와 김의명(金義明.前KBS교향악단악장)교수는 이같은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몇가 지 해결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미리 배부된 주제발표 논문에서 金교수는『선진국에서도 매표수입이 전체예산의 40%를 넘지 않는다』며『재정확보를 위한 전문 로비스트의 양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朴교수는『평균 월수입이 파출부보다 적어 생 계유지가 어렵다는 이유로 교향악단을 그만 둔 단원도 있다』며『시향의 경우 시청 환경미화원에 준하는 호봉 책정으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또 지휘자 선정문제에 관해서 朴교수는『지휘자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이 필요하다』면서『상임지휘자에게 모든 인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한편 金교수는『연습을 전담할 수 있는 부지휘자를 활용해 정기공연 외에 팝스콘서트.청소년음악회 등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원선발에 관해서 金교수는 단원의 40%이상을 외국인으로 충당하고 있는 베를린필을 예로 들면서『외국연주자들을 적극 영입해기존단원들에게 자극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1년 계약직으로 되어 있는 대부분의 교향악단 단원들은 턱없이 낮은 봉급으로 생계를 개인레슨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또 대부분의 민간오케스트라는 협연무대를 제공하여 얻는 수입과광고협찬으로 연주회경비를 충당하고 있어 교향악단이 자체공연보다는 독창자나 독주자를 부각시키는 반주역할에 만족해야 하는 형편이다.따라서 음악인력의 수급 균형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연습시간 부족으로 인한 연주의 질저하와 낮은 급료의 악순환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李長職〈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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