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사퇴? 부활? ‘경우의 수’ 읽기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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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끝내기냐, 힐러리의 부활이냐’.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전의 최대 분수령이 될 ‘미니 수퍼 화요일’ 경선이 4일(현지시간) 시작됐다.

텍사스주(선출 대의원 193명)·오하이오주(141명)·로드아일랜드주(21명)·버몬트주(15명)에서 치러진 이번 경선의 전체 선출 대의원 수는 370명(수퍼 대의원 포함 시 444명). 지난달 5일 22개 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진행된 ‘수퍼 화요일’ 이후 최대 규모다. 한국 시간으론 5일 낮 승패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UPI 통신은 민주당 두 후보 간 불꽃 튀는 공방으로 4개 주의 경선 투표율이 사상 최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로드아일랜드 지역 언론 프로비던스 저널은 민주당 경선 투표장에 나오는 유권자 수가 역대 최다가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버몬트주 선거 당국도 투표율이 예상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선거 당일 급히 주 전역에 추가로 투표 용지를 배포했다고 지역 언론 벌링턴 프리 프레스가 보도했다.

이날 승부에선 대의원 수가 많은 텍사스와 오하이오주의 결과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막판 여론조사에선 두 지역 모두 오바마·힐러리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였다. 로드아일랜드에선 힐러리가, 버몬트에선 오바마가 앞서가는 형국이었다. 오바마는 젊은 유권자와 흑인이 주 지지층이다. 그래서 텍사스주 오스틴이나 오하이오주의 콜럼버스 같은 대학도시에서 몰표를 기대한다. 반면 힐러리는 히스패닉계 유권자와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승리의 원동력으로 삼으려 한다.

힐러리는 3일 “이제 겨우 몸을 풀었다. 치열한 경선은 미국 정치의 일부”라며 이번 경선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또 힐러리 진영에선 5, 6월의 경선을 위한 현지 사무실 개설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경선 결과에 따라선 힐러리가 민주당 내에서 사퇴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텍사스와 오하이오주 두 곳의 결과를 놓고 볼 때 경우의 수는 세 가지다.

◇오바마 2: 힐러리 0=민주당 경선은 사실상 종료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힐러리의 중도 사퇴를 요구하는 민주당 내 목소리가 거세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중도하차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 주지사는 2일 “미니 수퍼 화요일 경선 결과 대의원 확보 수가 적은 사람이 민주당의 단합을 위해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힐러리가 사퇴 압력을 뿌리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중진 사이에선 조속히 본선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오바마 1: 힐러리 1=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볼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 오차범위이긴 하지만 텍사스에선 오바마, 오하이오에선 힐러리가 근소하게 앞서기 때문이다. 이 경우 힐러리의 사퇴 여부를 놓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 오바마 진영은 힐러리 사퇴를 통한 조속한 후보 결정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오바마의 연승행진을 막은 힐러리 진영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경선이 초박빙의 접전 양상으로 진행됐고, 대의원 수 집계에도 큰 차이가 나지 않은 만큼 끝까지 뛰어 역전의 기회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경선은 계속될 전망이다.

◇오바마 0: 힐러리 2=힐러리는 화려한 부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곧바로 오바마가 확보한 대의원 수를 앞서가긴 어려워도 한 달여 지속됐던 오바마의 상승세를 꺾었다는 점에서 8월 전당대회까지 경선을 연장할 수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3일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등 민주당 소속 고위 인사들로 구성된 수퍼 대의원(796명)의 경우 아직도 힐러리가 오바마에 비해 45명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욱·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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