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보호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 콘텐트의 불법시장 규모는 약 4조4000억원(2006년 기준)으로 추정된다. 합법시장(4조5000억원)과 맞먹는다. 불법시장의 절반쯤 되는 2조원 정도가 합법시장을 침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상품을 돈을 내고 살 의사가 있었는데도 불법상품 때문에 구매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표 참조>표>
특히 영화는 침해 규모가 약 3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지역 극장들의 총매출과 엇비슷한 액수다. 극장(약 500억원)보다 비디오(약 2000억원)·DVD(약 900억원)의 피해가 크다. 국내 비디오·DVD 시장은 참여정부 출범 직전인 2002년 7700억여원에서 지난해 3200억여원(영화진흥위원회 추정)으로 반 토막 이상 쪼그라들었다.
부가판권시장이 위축되면서 충무로는 매출의 70% 이상을 극장에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유럽·일본 등에선 부가판권 수입이 극장 수입의 2∼3배에 이른다. 예컨대 지난해 최고 흥행작 ‘디 워’(관객 842만 명)의 국내 DVD·비디오의 발매량은 불과 1만7000장. 미국에선 각각 1100만 달러(100억여원)의 극장 매출과 2000만 달러(약 190억원)의 DVD·비디오 수입을 기록했다.
현실이 이런데도 대응은 느렸다. 불법을 방조한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은 지난해 6월 발효됐고, 실제 과태료 부과는 올해 초 처음 시행됐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준동 부회장은 “도둑질한 장물이 거래되는 과정에서 업체들이 수수료를 챙기는 격인데, 참여정부는 이런 문제를 방임해 왔다”고 비판했다.
가요는 영화보다 먼저 ‘불법폭탄’을 맞았다. 1990년대 말까지 밀리언셀러(판매량 100만 장 이상)를 줄줄이 내놓았던 음반업계에서 요즘은 10만 장만 나가도 ‘초대박’이다. 실제로 지난해 10만 장을 넘긴 음반은 단 3편에 그쳤다.
문화 콘텐트의 디지털화가 대세인 지금, 왜곡된 디지털 유통시장을 바로잡는 것은 우리 문화의 기초를 다지는 것과 직결된다. 문화강국을 말하려면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이준동 부회장은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우(愚)를 답습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