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아리랑" 1백만부 돌파 초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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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조정래(52.趙廷來.사진)씨의 대하소설 『아리랑』(해냄)이 완간을 앞두고 1백만부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지난해 6월 1부 3권이 먼저 선을 보인 『아리랑』은 현재 9권까지 출간된 상태며 모두 95만부가 팔렸다.이번주중으로 10권 을 내고 7월중순까지는 12권까지 완간한다는 계획하에 집필에 여념이 없는조씨를 서울 서초동 자택 집필실에서 만났다.
한복차림의 조씨는 현지답사 기간중 직접 그린 만주일대의 지도를 펼쳐놓고 종결부분을 써 나가고 있었다.
『아리랑의 한맺힌 가락은 8.15를 맞아 만주의 어느 한인부락에서 그칩니다.그 마을은 일본이 군량미를 확보하기 위해 한인을 강제이주시킨 곳인데 해방이 되고 일본군이 철수한 다음에 토지를 빼앗긴 중국인들이 한인들에게 보복살육을 저지 르게 되지요.한인들이 이 난리를 피해 북쪽으로 끝없이 도망치는데서 소설은끝납니다.』 조씨는 하얼빈에서 천리쯤 떨어진 허허벌판에 세운 도망 한인들의 마을을 찾았을때 생존자들은 8.15를 「사변」으로 불렀다고 전한다.
『가장 역설적인 해방을 맞은 한인마을에서 작품을 끝내게 된것은 해방이 또 다른 비극을 잉태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지요.』조씨가 말하는 「또 다른 비극」은 이념대립으로 현재 3백50만부를 돌파한 『태백산맥』에서 한편의 대서사시로 형상화됐다.『아리랑』은 1904년부터 해방까지를 배경으로 한 『태백산맥』의 전사(前史)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태백산맥』에 6년,『아리랑』에 4년 6개월,모두 10년을 넘게 한국의 근현대사를 그리는데 몰두한 조씨는 요즘의 심경을 『10년간의 징역에서 출감을 앞두고 마지막 밤을 보내는 기분 』이라고 말한다.
소설가의 황금기로 불리는 40대 10년을 대하역사소설에 전념해온 조씨에게 실례를 무릅쓰고 『서구에 없는 대하역사소설의 인기가 우리 문학의 후진성 때문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조씨는 『우리나라처럼 역사에 전면적으로 상처받은 나라에서는 지식인은 물론 밑바닥 인생들까지 역사를 무시하고는 개인적 삶을실감나게 그려낼 수 없다』고 답한다.
앞으로도 대하역사소설을 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엔 『대하역사소설의 소재로 남은 게 있다면 6.25전쟁 이후부터 현재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현대 정치사가 아닌가 싶다』며 답변을 유보한다. 〈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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