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놀, 대구까지 … 한때 취수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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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경남 마산·창원·함안 지역의 수돗물을 취·정수하는 칠서정수장 실험실에서 3일 연구사들이 합천 적포교 등 3곳에서 떠온 원수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낙동강의 페놀 오염으로 대구에도 한때 비상이 걸렸다. 대구 매곡정수장에서 9㎞ 상류에 있는 성주대교에서 페놀이 검출되자 대구시가 취수를 일시 중단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전진권 시설부장은 3일 “이날 낮 12시쯤 낙동강 성주대교 지점에서 0.005ppm의 페놀이 검출돼 오후 3시20분쯤 매곡과 강정 취수장의 취수를 중단했다가 4시간50여 분 만인 오후 8시10분쯤 취수를 재개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전 3시10분쯤 성주대교 상류의 왜관대교 지점 낙동강에서는 0.006ppm의 페놀이 검출됐다. 전 부장은 “낙동강 원수(原水)의 페놀 농도가 마시는 물 기준(0.005ppm)을 조금 넘어서는 수준이어서 정수할 수는 있지만, 시민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취수를 일시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매곡취수장과 강정취수장은 각각 하루 41만t, 17만t 등 58만t의 낙동강 물을 끌어올려 정수한 뒤 가정으로 보내고 있다. 이는 대구지역 하루 평균 수돗물 사용량 80만t의 72%를 차지한다.

◇비상 급수 시스템 가동=대구시는 이날 비상 급수 시스템을 가동했다. 시는 평소 18만7000여t을 생산하는 고산·가창·공산 정수장의 정수 능력을 39만t으로 최대치까지 끌어올렸다. 정수장이 이미 생산한 수돗물과 대구 시내 43개 배수지(정수된 물을 가정으로 보내는 곳)의 물 등 다섯 시간 분량의 수돗물을 비축해 ‘수돗물 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동구 신암·신천동 등 고지대의 경우 수압이 떨어지면서 일부 가구에 물이 나오지 않아 불편을 겪었다. 시는 급수차 16대와 소방차 등을 동원하고, 수돗물 500mL짜리 3만 병을 7개 수도사업소를 통해 공급했다.

시민 김원식(48·북구 구암동)씨는 “페놀 피해를 우려해 미리 취수를 중단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유독물질의 낙동강 유입을 막을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미시의 일부 주민은 수돗물 공급 중단으로 이틀째 불편을 겪었다. 구미 신평배수지의 전동식 개폐장치 세 곳 중 두 곳이 고장나 수리를 하는 바람에 임은·오태·상모·사곡·형곡동 등 고지대 주민 1만5000여 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당했다.


◇“오염 방지 제대로 대처했나”=경북경찰청은 이날 코오롱유화 공장 관계자를 잇따라 불러 페놀이 낙동강에 유입된 경위와 화재 원인을 조사했다. 김천시·대구지방환경청·경북도의 환경 업무 관계자도 불러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해 제대로 대처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코오롱유화 측이 화재 진압 과정에서 페놀 유출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를 무시했는지 ^김천시 등 관련 기관이 초동 조치를 제대로 했는지를 살피겠다는 것이다. 페놀과 섞인 소화수가 공장 인근 대광천으로 흘러든 시점인 1일 오전 7시를 전후해 페놀 유출 가능성을 김천시에 알렸다는 코오롱유화 관계자와 이를 통보받지 못했다는 김천시 공무원의 엇갈린 주장도 수사 대상이다.

장병관 경북경찰청 강력계장은 “페놀 유출 경위와 화재 원인을 놓고 회사 측이나 환경 관련 공무원의 과실을 입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재 원인과 관련,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합동으로 화재 현장에 대한 감식을 벌인 뒤 코오롱유화 1공장의 15개 반응기 중 타이어 접착제를 만드는 반응기 한 대가 폭발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확인했다.

송의호·홍권삼·황선윤 기자

◇낙동강 오염 관리는=하천 수량 관리는 국토해양부(산하 수자원공사), 수질·오염 관리는 환경부(산하 환경청), 환경부나 국토해양부 장관이 위임한 사항은 자치단체 가 수행한다. 김천시는 방제 등 현장조치, 경북도·대구시는 상황 전파와 시·군 지휘 감독 등을, 취·정수장을 운영 중인 수자원공사 구미권관리단은 수량 관리와 수질 검사를 통한 상황 전파를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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