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취재>결식노인에 따뜻한 점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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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인의 소박한 모습과 사회관심사를 담은 사진기획물"영상취재"를 월요일자 本紙 고정란으로 신설합니다. 시리즈는 前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편집장 에드워드 김 本紙 사진자문위원이 맡아 국제적 수준의 영상세계를 펼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하루 세번 어김없이 찾아 오는 끼니때.뭐니뭐니해도 이 세상에 배고픈 서러움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는 광주직업소년원 허상회(60)원장은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올3백여명의 결식 노인들께 점심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분주하다.
오전11시 「사랑의 식당」문이 열리면 허원장은 문앞으로 나와인근공원에서 줄지어 찾아오는 할아버지.할머니께 진정으로 허리 굽혀 인사한다.
『어서오세요.』 『이 곳에서는 단순히 끼니를 거르시는 노인들께 동정심으로 점심 한그릇 드린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자원봉사자들이 그야말로 특급 호텔에서 귀한 손님을 모시는 자세로 따뜻한 점심을 정성껏 만들어 드리려고 노력하지요.』소박하면서도 진지한 허 원장의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을 찾는 노인들은 무료로 점심 한끼 먹으려는 초라한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다.마치 잔칫집에 초대받아 오는것처럼 깔끔하고 활기찬 모습이다.그러나 잔칫집과 다른것은 보기에 먹음직스러운 김이 오르는 밥과 한우 고기를 넣은 미역국,반찬 세가지가 담긴 스테인리스 식판이 앞에 놓여지면 그들의 모습은 겸허하리만큼 고마운 표정이 된다.『맛있게 드세요』하며 미소짓는 자원봉사자와 돈으로 따진다면 얼마되지 않을 식사앞에 고개숙여 몇번이고 『감사합니다』를 되 뇌이고서야 수저를 드는 할아버지.할머니를 보면 목구멍이 뻣뻣해 오는 감동을 느낀다.
4년전 하루 평균 2백여명을 대상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3백여명이 넘게 「사랑의 식당」을 찾는다.그들중 무의탁 노인의 수는 얼마되지 않는다고 한다.
『요즈음 집에서 노인에게 무슨 권리가 있습니까.TV프로 선택권이 있습니까,행동이 자유롭습니까.이렇게 되고보니 하루종일 집에 혼자 있기도 너무 무료하고 외로워 아침 일찍 공원으로 모여드는 것이지요.』 인근 천주교에서 자원봉사자로 나왔다는 서순심씨는 계속 말을 잇는다.『노인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이란 공원밖에 없으니까요.다행스럽게도 「사랑의 식당」이 있어 점심은 거르시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 드리지만 그분들의 외로 움은 덜어드릴 수 없군요.』 며칠전 할머니 한분이 이곳에찾아와 식판을 앞에 놓고 눈물을 흘리시더라는 것이었다.사연인즉그분은 1남2녀 기르기에 평생을 바치셨고 귀여운 손자들도 7명이 있으나 그들로부터 외면당한채 이런 곳에 와 점심을 해결해야할 형편이 될지 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서러워하더라는 것이었다. 오늘은 어버이날.어릴적 즐겨 부르던 노래가 생각난다.
낳으실때 괴로움 다 잊으시고/기르실때 밤낮으로 애타는 마음/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손 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하늘 아래 그 무엇이 높다 하리요/부모님의 은혜는 한이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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