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랑방>방송 간접광고 이래도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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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대인은 어차피 광고의 홍수속에서 살아가도록 돼 있다.보이느니 광고요,들리느니 광고다.광고 역시 현대사회에 있어 중요한 정보전달수단 가운데 하나이므로 전달매체가 다양하다든가,물량이 지나칠 정도로 많다는 따위만을 이유로 광고를 무조 건 배척하는것은 옳지 못하다.
문제는 어떤 광고가 유익하고 어떤 광고가 무익하냐,곧 선택과수용여부에 달려 있다.
정보전달 기능을 갖지 못하고 자신에게 전혀 불필요한 광고라면보지 않고 듣지 않을 자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보기 싫어도 봐야 하고,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는 광고가 있다.이런저런 방송프로의 중간중간에 슬쩍 끼어드는 이른바 「간접광고」가 그 좋은 본보기다.
방송위원회의 방송심의규정은 물론 방송 프로그램을 통한 간접광고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63조는 『특정 상품이나 기업,영업장소 또는 공연내용 등을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광고효과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등 5개항에 걸쳐 간접광고 행위를 통제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의 간접광고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기만 하는추세다. 특히 드라마.쇼등 오락 프로그램의 간접광고는 더욱 지능화하고 교묘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폭력성.선정성 여부가 심의대상의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종전과는 달리 요즘은 매주 1~2건의 간접광고 사례가 도마위에 오른다.올들어 지난 4월말까지 방송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방송의 간접광고 사례는 법정제재(사과방송)1건,경고 11건 ,주의 5건등 모두 17건에 달한다.
드라마 속에서 특정 호텔.레스토랑.나이트클럽.스포츠센터.피자점등의 상호(商號)나 영업장 내부가 비춰지는 것은 흔한 일이고실제 광고화면과 거의 구별할 수 없는 의류 간접광고가 공공연히쇼 프로의 한 부분으로 삽입되기도 한다.
이 경우 인기 정상을 달리고 있는 한 가수가 호주(濠洲)에서특정한 의류의 CF를 찍던중 뮤직 비디오를 함께 찍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
자신의 업체나 업소를 갖고 있는 몇몇 코미디언.개그맨들의 방송 오락프로를 이용한 간접광고는 차라리 직접광고라 하는 것이 옳을 정도로 노골적이다.술집을 경영하는 한 코미디언은 텔레비전드라마에 특별출연해 장시간 자신의 업소를 선전하 는데 열을 올리는가 하면 속옷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개그맨은 쇼 프로에출연해『이대(梨大)앞에 와서 아무개가 운영하는 속옷대리점이 어디냐고 물으면 다 안다』고 능청을 떨기도 한다.이런 유의 간접광고가 공공성을 지녀야할 방송 프로 그램에 어떻게 끼어들 수 있는가. 그래서 매주 한차례 방송위원회에 나가 연예.오락프로그램을 심의하는 일은 그리 유쾌하지 못하다.의견진술을 위해 참석하는 책임자나 담당 프로듀서들은 한결같이 장소를 섭외하는데 있어서의 어려움 따위를 토로한다.개별적인 케이스만을 두고 본다면 그까짓 상호 한번 얼핏 비추는게 뭐 대수로운 일이냐는 반론도 나올법 하다.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천만의 말씀이다.
광고물량 소화로 예고된 방송시간조차 잘 지켜지지 않는 터에 프로그램을 이용한 간접광고에까지 한몫 나선다면 이는 시청자를 무시하는 것이다.
직접광고와 달리 프로그램속의 간접광고는 보기 싫으면 안보고,듣기 싫으면 안듣는 시청자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렇게 보면 프로그램 속의 간접광고는 방송의,아니면 최소한 제작책임자와 담당자의 기본적 양식에 관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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