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고개 급경사가 정체 시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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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부터 6일 밤까지 37시간 동안 고속도로가 마비된 데는 폭설과 함께 남이 고개의 급경사도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폭설을 만난 차량이 급경사의 고개를 넘지 못하는 바람에 정체가 시작된 것이다.

남이 고개는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가 만나는 남이분기점에서 700m 정도 남쪽에 위치해 있다. 고개 정상부를 중심으로 양 방향 도로의 경사도는 5.5%에 이른다.

수평으로 100m 이동할 때 수직 방향으로는 5.5m를 오르거나 내려가는 셈이다. 이는 고속도로에서 최대로 허용되는 경사도인 6%에 가까운 수치다. 실제론 흔하지 않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이나 중앙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나 볼 수 있다. 최근에 새로 짓는 고속도로는 경사도가 3%를 넘지 않는다.

급경사 구간에 쌓인 눈은 대형 화물트럭의 발을 묶었다. 이들은 미끄러운 고개를 오르지 못하고 멈춰섰다. 트럭이 고속도로를 막자 소형 승용차도 덩달아 눈 속에 갇혀 버렸다.

고속도로의 '허브'(hub.바퀴 살이 모이는 마차 바퀴의 가운데 부분이라는 뜻)인 남이분기점이 막히자 경부.중부고속도로 전체가 막히게 됐다. 이에 따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의 경우 남이 고개에서 북쪽으로 4일 오전 7시 3㎞, 9시 6㎞, 10시 13㎞, 오후 1시 32㎞, 오후 3시 37㎞ 등으로 멈춰선 차량 행렬이 늘어만 갔다.

그런데도 한국도로공사는 오전 11시까지 '흔히 나타나는 정체'로 안이하게 판단,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7일 열린 관계부처 차관 회의에서는 남이 고개의 경사도를 3% 이하로 정비키로 했다. 이 밖에 화물트럭 운전자의 비협조도 사태 악화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도로공사 측은 "중앙분리대를 터서 회차시켜려 해도 일부 운전자가 협조하지 않는 바람에 제설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화물트럭 운전자들은 국도마저 막혀 있어 우회해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 회차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천재지변으로 인정받아 보험금을 타낼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제설장비는 물론 중앙분리대 해체를 위한 장비의 진입도 늦어졌다.

도로공사 김성진 과장은 "중앙분리대 개방은 5일 오후 2시부터 계획했으나 장비가 들어가지 못해 오후 7시에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 바로잡습니다

3월 8일자 3면 '남이 고개 급경사가 정체 시발점'이란 기사 중 '천재지변으로 인정받아 보험금을 타낼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부분은 화물트럭이 적재화물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천재지변인 경우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기에 바로잡습니다. 또 화물연대 및 화물트럭 운전자들은 "한국도로공사 측이 국도 우회를 유도했으나 대형 차량이란 점 때문에 우회가 어려웠고 국도는 더 막혀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못 됐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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