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보수당 지방선거 참패배경-세금인상등 인기없는 정책 量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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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영국 집권보수당이 4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악의 참패를 기록했다.
잉글랜드 지방의원 3분의1과 웨일즈 전체 지방의원등 모두 1만2천68명을 새로 선출한 이번 선거는 현지언론이 「보수당 대학살」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보수당세의 몰락과 야당인 노동당.자민당의 약진이 두드러진 선거였다.
보수당은 웨일즈에서 단 한개의 지방의회도 장악하지 못하는등 3백46개 지방의회 가운데 59개 지방의회를 내주고 단지 8개의회를 새로 장악하는데 그쳤다.
정당별 득표율에서도 노동당은 48%를 기록한 반면,보수당은 24%에 불과해 자민당보다도 오히려 1%포인트 뒤졌다.
영국정치사상 각종선거를 통틀어 보수당이 이처럼 참패하기는 처음이다.자연 비난의 화살이 당지도부,특히 존 메이저 총리에게 쏠리고 있다.심지어 상당수의 소장의원들은 『메이저의 인기가 이번 선거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총리직에서 물러나라』며총리 퇴진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보수당은 올들어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및 스코틀랜드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했다.영국인들이 보수당을 외면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메이저정권의 인기없는 정책들 때문이다.보수당은 재정적자 축소를내세우며 인두세 도입,연료비에 대한 과세,학급 당 정원확대등 국민들의 불만을 살만한 정책을 계속 양산해 왔다.게다가 성추문및 뇌물수수와 관련,각료와 의원 16명이 자리에서 물러날 정도로 보수당 정치인들의 스캔들 또한 그치지 않았다.이와함께 유럽통합을 둘러싼 보수당내 불화는 지리 멸렬한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노동당 당수 토니 블레어의 폭발적 인기도 보수당으로서는 치명타가 되고 있다.블레어는 최근 국유화 당헌(黨憲)포기등 혁신적정책을 과감하게 밀어붙임으로써 보수당의 핵심지지 세력인 중산층표를 잠식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97년초로 예정된 총선에서 노동당이 보수당을 누르고 18년만에 집권할 것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영국 언론들은 내다보고 있다.
[런던=南禎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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