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들어떻게자라나>1.서울시립 아동상담소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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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화가 난건 아니지만 별로 신나지도 않은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18명의 어린이가 놀고 있는 서울시립아동상담소(서울대방동)생활관.겨우 걸음마하는 돌쟁이부터 열여덟살이 다 됐다는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나이가 제각각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블 록맞추기.공기놀이.고리던지기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있다.
『지갑에 넣어둔 반지가 없어졌다고 할머니가 막 패잖아요.우린손도 안댔는데….더이상 구박받기 싫어서 나와버렸죠 뭐.』 「우리」란 열세살된 소년과 두살 손위인 누나.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가출한뒤 이들 남매를 돌보아온 할머니가 「마귀 할멈」같다고 했다.아동상담소 앞뜰의 싱그런 라일락꽃 향기와 너무 대조적으로 건조하다 못해 가시가 박힌듯 따끔거 리는 말투다.
『학교는 가고싶지 않아요.노래방.전자오락실.롤러스케이트장,뭐그런데나 실컷 다녔으면….이 다음에야 뭐가 되든 알게 뭐예요.
꼭 하고싶은 일도 없는 걸.』 갱생원에서 탈출했다는 정호(14.가명)의 무용담(?)에 문득 눈빛을 빛내는 어린이들.편의점에서 돈 안내고 통닭을 먹으려다 소방대원에게 붙잡혀 왔다는 말에누군가 『이런 멍청이,경찰도 아닌 소방대원한테 붙잡혀왔어』하자까르르 웃음이 터진다.
보기 드물게 학교에 가고싶다는 두 여자어린이중 은미(10.가명)는 문산에서 함께 살던 친부모가 하도 때려 도망나왔다가 경찰관 아저씨를 만나 상담소로 왔다고 했다.
지난 한햇동안 부모에게 버림 받았거나 가출해 무작정 떠돌며 껌팔이.앵벌이.구걸.절도 등으로 생활하다 이 아동상담소로 오게된 18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은 7백61명.그 가운데 부모가모두 사망한 경우는 약4%뿐이고 37%는 친부모 가 살아있다.
또 편부(15%),편모(13%),부모 행방불명(6%),실부계모(實父繼母.9%),실모계부(2%)등 부모중 어느 한쪽이라도 직접 낳아준 어른이 생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이 평균 3주일정도 이 아동상담소에 머무르다 결국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경우는 약60%인 4백61명.나머지는 주로 보육원 등 다른 사회복지시설로 옮겨가거나 적절한 일자리를 구해 자립하고,극소수는 다른 가정에 입양됐다.
〈金敬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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