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쿠르드 유전 따낸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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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자원 외교에서 성공하려면 국가 지도자의 관심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막판까지 가슴 졸이던 쿠르드 유전 개발권 계약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성사시켰습니다.”

지난달 14일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와 한국 기업 컨소시엄 간에 맺은 쿠르드 4개 지역 광구 탐사계약의 ‘숨은 주역’인 제프리 존스(사진)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국제변호사이기도 한 그는 한국석유공사 등과 함께 한국기업 컨소시엄에 참여한 자원 개발업체 유아이에너지의 고문을 맡아 지난해에만 10여 차례 쿠르드 현지를 드나들며 채굴권 확보의 길을 닦았다.

존스 전 회장은 “대선 직후 방한을 타진한 니제르반 바르자니 쿠르드 총리에게 당시 이 당선인이 ‘우리 기업들과 유전 개발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기 전까지는 만나지 않겠다’고 압박해 1년 여간 지루하게 이어진 협상이 돌파구를 찾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처럼 국가 지도자가 관심을 갖고 차별화한 ‘한국형 자원외교’를 펼치면 선진국에 뒤처진 자원 확보 경쟁에서도 얼마든지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한국형 자원외교’는 석유 등 자원 개발과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연계하는 전략이다.

“중동·중앙아시아·아프리카의 자원 부국 상당수가 도로·항만은 물론 병원과 학교 등 사회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들 국가에 ‘맞춤형 인프라’ 를 구축해 주는 방안을 만들어 접근하면 공략이 훨씬 쉬워집니다.”

존스 전 회장은 “쿠르드 유전 개발 협상에서 바로 이런 전략이 주효했다”며 “이 때문에 현지에서 채굴권을 확보한 미국·영국·러시아 등 10개 나라를 제치고 한국이 가장 많은 탐사 광구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자원 보유국들을 상대로 에너지만 챙긴 뒤 등을 돌리는 이른바 ‘먹튀’ 이미지를 준 국가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인내심을 갖고 해당 국가의 신뢰를 얻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런 점에서 쿠르드 현지에 주둔한 자이툰 부대도 한국의 채굴권 확보에 큰 힘이 됐다는 설명이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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