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상>대장성 신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세계경제의 주역(actor)하면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독일의 분데스방크부터 떠올린다.슈퍼엔의 연출자인 일본대장성(大藏省)은 항상 막후에 가려있다.무역불균형과 관련,통산성(MITI)만 무대위에서 「명성」을 떨쳐왔다.
서방언론들의 인식부족 탓도 있다.「대장(大藏)」은 세금으로 거둔 쌀을 저장해두는 큰 곳간을 의미했다.봉건제 몰락직후인 1869년에 창설됐고 세금을 거둬 군국주의의 「부국강병」을 뒷받침했다.일본 중상주의(重商主義)의 본포였고 오늘의 「비관세장벽」도 1870년대 이곳의 「특허품」이다.
전후(戰後) 맥아더군정의 재벌해체로 산업 통제는 일단의 금융및 보험업체로 넘어갔고 이들은 자연스레 대장성 휘하로 들어왔다.맥아더는 대장성에로의 권한집중을 묵인,「괴물」탄생을 도왔다는평가도 받는다.「막강한」통산성도 대장성이 자금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허수아비다.「통산성은 제의하고,대장성은 이를 기각한다」고한다.자본주의의 게임이 달라져도 대장성은 그 특유의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저축과 흑자가 곧 국력이라는 흑자 지상주의다.외채를 금기(禁忌)로 여기고 외국자본 을 배격한다.대장성은 정부저축및 국가저축에서 현재 세계최고의 「대장금고」다.금융및 자본시장을 계속 배후조종하고,국내업계와 소비자가 아무리 아우성쳐도 엔高에의 집착을 버리지 않는다.국제무대에서 슈퍼엔이 갖는 강한구매력은 곧 일본의 영향력 강화로 믿는다.
대장성의 규칙은 이론보다 현실경험이다.외국 유수대학출신 경제학박사들이 일본에서 맥을 쓰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아시아국가들은 수출로 번 달러를 엔으로 서둘러 바꾼다.대일(對日)수입과 엔차관 상환에 대비하고 또 엔보유를 통해 자국 통화가치를 받치려든다.무역의존도가 매우 낮은 미국은 엔화에 대한 달러하락을 계속 방관한다.국제적인 공통해결방안이 없고 거시경제학을넘어선 문제라는 학계의 지적도 잇따른다.슈퍼엔으로 가장 고통받는 쪽은 일본자신이며 그 해결수단 역시 일본만이 갖고 있다는 데 문제의 특수성이 있다.그들 자신과의 씨름이며 이는 곧 「대장성신화」에 대한 스스로의 도전을 의미한다.
〈本紙 칼럼니스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