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주체론 異見-김윤환정무.김덕룡총장 서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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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자당에 개발세력주체론과 전과(前科)시비가 번지고 있다.
아직은 내연(內燃)단계지만 파장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뿌리깊은 계파갈등을 근원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무대위에 선사람들도 모두 주연급.
이들은 민정계의 대표 김윤환(金潤煥)정무장관과 당을 책임진 민주계 실세 김덕룡(金德龍)사무총장이다.
먼저 주체론은 金장관의 주장이다.그는 지난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나라를 끌고갈 주체가 없다』고 말했다.그러고는 『검증된 경 제개발세력이 앞장서야할 때』라고 강조했다.『민주화투쟁세력은 여기에 함께하면 된다』고 했다.
민정계가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얘기에 다름아닌 말이다.
하지만 즉각적인 반향은 없었다.한쪽 손바닥으로는 소리가 나지않기 때문이다.부딪치는 소리는 23일 나왔다.
金총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개발은 경제인이 했다』고 지적했다.『정치인은 독재에 협력한 전과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그는 『경력과 전과는 구분돼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누가봐도 민정계의 복귀는 있을 수 없다는 얘기로 해석됐다.『새시대는 새로운 사람들이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은 金총장의 지론이다. 그는 또한 세대교체를 강력히 주장하는 「50代 역할론자」이기도 하다.
이를 전해들은 金장관은 불쾌한 표정이었다.그는 24일 당사에나오지 않았다.오전에 있었던 고위당직자간담회,확대당직자회의,공천심사위등에 모두 불참했다.
그의 비서실에서는 『세미나준비 때문』이라고 해명했다.하지만 「지방화시대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이날 세미나는 오후 2시에 열렸다.
다른 민정계의 반응은 보다 직접적이었다.민정계는 현승일(玄勝一)국민대총장의 창기(娼妓)론과 같은 맥락이라고 봤다.당무회의에서 박명근(朴命根.파주)의원은『전과자라니 무슨 얘기냐』고 따졌다.『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는 의원도 있었 다.다들 15대 총선의 낙천(落薦)에 대한 불안을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양측 모두 공개적인 상호공격은 참았다.金장관측은 아직결전의 시기가 아니라고 보는 것 같았다.
金총장측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정계를 더이상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 같았다.민정계와 민주계의 다른 세력들도 아직은관망자세다.
물론 쉽게 볼 일은 아니다.향후 정치를 누가 끌고 가느냐는 문제는 15대총선의 공천과 대권후계구도에 직결된 사안이다.또한「전과」가 있는 정치인에게 공천을 줄리도 없는 터다.
그래서 지금 민자당의 침묵은 오히려 파국에 대한 우려때문이라고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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