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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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소니와 삼성전자의 우호적 관계에 변화가 일 조짐이다. 외신에 따르면 소니는 삼성과 합작투자한 회사에서 구입해 오던 TV용 액정패널을 일본 샤프에서도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액정TV 수요 급증에 대처하기 위해 거래처를 늘려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삼성전자는 소니·샤프 간 협력 강화 소식에 긴장하는 빛이다. 관련 부서 임직원은 주말에도 출근해 상황을 점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사실 소니는 ‘삼성 등 한국 업계와의 지나친 협력관계를 청산하라’는 유·무형의 압력을 일본 관련업계에서 받아 왔다. 샤프가 10세대 첨단 LCD 양산을 시작한 걸 계기로 소니가 이런 여론에 성의표시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삼성 특검으로 LCD 차세대 투자 결정이 미뤄진 것이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6년 소니와 합작해 충남 탕정에 건설한 S-LCD 7세대 라인에서 세계 처음 102cm(40인치) 이상 TV용 LCD 패널 양산을 시작했다. S-LCD는 삼성전자가 50%+1주를 갖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소니와 함께 투자한 8세대 라인의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그간 LCD 패널 분야에서 소니와 ‘따로 또 같이’ 전략을 펴왔다. 7세대부터 라인을 공동 건설하는 한편, 독자 투자를 통해서도 부족한 수요를 충당해 왔다. 지난해에는 단독 건설한 7세대 2기 라인 가동에 들어갔다. 올 하반기 가동 예정인 8세대 2기 라인도 독자 투자다. 내년부터 본격 투자에 들어가는 10세대 라인은 소니의 입장 변화에 따라 처음부터 혼자 힘으로 짓게 될 공산이 커졌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LC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지난해 1338만 대(16.9%)를 팔아 세계 1위였다. LG전자는 681만 대(8.6%)를 공급해 두 한국 업체의 공급량이 소니(956만 대·12.1%)와 샤프(804만 대·10.1%)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소니는 LCD TV 공급을 올해 2000만 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 안정적인 패널 조달이 절실하다. 업계 관계자는 “소니가 기존의 협력관계까지 청산하려는 뜻은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도 “샤프 패널을 사용한 소니TV가 본격 출시될 2010년께엔 삼성·LG·샤프 간 주도권 다툼이 더욱 심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창우·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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