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KCC와 창단 기념경기, 프로농구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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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삼성이 2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창단 30주년 기념 경기를 한다. 상대는 과거 현대라는 이름으로 삼성과 함께 한국 남자농구를 양분했던 KCC다. 삼성 선수들은 창단 당시 선배들이 입었던 유니폼과 같은 디자인의 경기복을 입고 출전한다. 구단에서 공을 들인 행사는 김현준 코치의 유가족에 대한 장학금 지급이다. 장학금은 삼성 구단이 아니라 삼성농구OB회(삼농회)의 이름으로 지급된다.

김현준, 그리고 ‘삼성정신’

삼성의 훈련장 벽에는 대형 배너가 걸려 있다. 아마추어 시절 삼성 전통의 컬러였던 선홍색 바탕에 배번 10번이, 그 위에 김현준이라는 이름 석 자를 인쇄했다. 삼성 선수 가운데 누구도 10번을 배번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세 개의 보석처럼 아로새긴 김현준이라는 이름은 창단 30주년을 맞은 ‘유일 명문’ 삼성 남자농구의 수호신이 되어 지금 이 순간에도 뜨거운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삼성 썬더스가 무언가를 기념하고 축하할 때면 언제나 김현준에 대한 추모가 함께한다. 김현준이 없다는 삼성농구 패밀리의 아쉬움은, 아직 그들이 달성하지 못한 목표에 대한 갈망처럼 느껴진다. 삼성 농구의 꿈, 그것은 창단 당시에도, 앞으로도 변함없을 ‘최고의 명문, 한국 제일의 팀’이다. 끝없이 도전해 마침내 승리하고 만다는.

김현준은 삼성의 정신을 보여줬다. 그는 필생의 라이벌 이충희(현대)와 경쟁했다. 승부는 엇갈렸다. 하지만 김현준은 이충희보다 더 오래 코트를 지켰고, 불멸의 기록을 세운 뒤 박수를 받으며 은퇴했다. 삼성이 우승을 장담한 2000~2001시즌을 앞두고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순직했고, 삼성 선수들은 그 시즌 챔피언 트로피를 고인의 영전에 바쳤다. 프로 출범 다섯 번째 시즌만이었다.
 
시작부터 프로였다

삼성은 1978년 2월 28일 남자농구단을 창단한다. 이종기 단장, 이인표 감독, 김인건 코치 체제. 창단 팀의 주축은 김형년·이보선·김평중 등 고려대·연세대·한양대 출신 선수였다. 당시는 기업은행·한국은행·산업은행 같은 은행팀이 남자농구의 주축을 이루던 시절이다. 한 달 뒤 현대가 창단하면서 남자농구는 실업농구 시대로 접어든다.

실업농구 출범은 남자농구가 아마추어의 틀을 깨고 프로화의 길에 들어서는 계기가 된다. 삼성은 창단식을 연 날 오후 서울 서초동에서 전용 훈련장 개관식을 하는데, 훈련장에는 합숙소가 딸려 있었다. 실업팀이 은행팀과 가장 달랐던 점이 여기 있다. 은행팀 선수들은 회사 일과 운동을 병행했지만 실업 선수들은 농구만 했다. 대회를 며칠 앞두고 합숙훈련을 시작하는 은행팀과 달리 실업팀은 늘 합숙 훈련을 했다.

프로농구가 출범한 것은 97년의 일이다. 프로농구팀의 구단 운영이나 훈련 시스템은 78년 삼성이 출범할 때와 다르지 않다. 삼성은 용인시 삼성휴먼센터 안에 새로 지은 초현대식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한다. 이곳에는 여전히 숙소가 있고, 선수들은 기숙사에서 함께 자고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며 낮밤으로 훈련을 거듭한다. 이 방식은 다른 9개 구단도 마찬가지다.
 
30년을 이어온 전통

프로농구가 출범한 뒤 8개 팀이 우승을 맛봤다. 기아·현대·SK·삼성·오리온스·TG·KCC·모비스 등이다. 이 가운데 KCC는 현대를, 모비스는 기아를 잇는 팀이다. 연속성이라는 면에서 KCC가 현대 시절 포함 세 차례, 모비스가 기아 시절을 합쳐 두 차례 우승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팀들은 하나같이 기존 팀을 인수해 ‘창단’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점에서 78년 창단 이후 30년간 한 줄기로 이어져 온 삼성의 전통은 값지다. 삼성 주변에는 농구와 관련된 친목단체가 많다. 그 가운데 임원 출신이 주축이 된 ‘농사모’와 선수 출신으로 이뤄진 ‘삼농회’가 대표 격이다. 삼농회 회원들은 매년 몇 차례씩 모여 친목을 다지고 후배 선수들을 격려한다. 특히 시즌을 앞두고는 반드시 모인다. 모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삼성은 실업과 프로를 거치는 동안 33명의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했다. 이 말은 당대의 스타 대부분을 보유했다는 뜻이다. 현대가 2001년 5월 KCC로 넘어간 뒤 삼성은 ‘마지막 왕조’가 되어 버렸다. 지난해 KCC를 떠난 이상민을 영입하면서 삼성은 일본 프로야구의 유일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같은 존재가 됐다. 앞으로도 삼성의 전통에 도전할 팀은 당분간 찾기 어렵다.

허진석 기자 huhba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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