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국제공조 고집 땐 北, ‘通美封南’할 수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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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 14면

5년 전 오늘, 북한은 동해로 미사일을 쏘아올렸다. 단거리 지대함 한 발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하루 전이었다. 당시는 2차 북핵 위기가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해 1월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고, 이후 무력 시위의 수위를 올렸다. 미그-19 전투기가 20년 만에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기도 했다.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대북 압박에 대한 맞불로 풀이됐다. 펜타곤은 그 직전 괌에 B1ㆍB2 폭격기 24대 배치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북한은 취임 사절로 방한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미사일 발사는 노무현 정부 길들이기의 인상도 풍겼다. 그 닷새 전 노무현 당선인 측은 남북 정상회담을 타진했다. 베이징에서의 비밀 접촉을 통해서다. 미사일 발사 택일에는 이런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들이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을 맞는 북한의 움직임이 5년 전과 퍽 대조적이다. 취임 하루 뒤인 26일 뉴욕 필하모닉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공연을 갖는다. 북ㆍ미 국가가 울려 퍼지고, 드브로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등이 연주된다. 북ㆍ미 간 신세계를 열어 보려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미 오케스트라는 ‘철의 장막’ 소련, ‘죽의 장막’ 중국을 넘나들며 동서(東西) 간 화해 무드 조성에 한몫했다. 뉴욕 필하모닉이 평양까지 가게 된 데는 5년 새 크게 바뀐 안보 환경을 빼놓을 수 없다. 6자회담이 생겨났고, 미국이 북한과 양자대화를 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북한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자세는 종잡기 어렵다. 아직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심기가 불편한 듯하다.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이 한·미 관계를 축으로 하는 통미입북(通美入北), 선미후북(先美後北)의 색채가 짙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 관영 매체들은 연일 새 정부의 국제공조 공약을 비판하고 있다. 외곽 때리기다. 그런 만큼 북한의 대응 카드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일 수 있다.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은 그 신호탄이 될지도 모른다. 새 정부가 ‘선경(先經ㆍeconomy first) 정치’를 하려면 남북 관계의 안정적 관리는 불가결하다. 남북 관계를 한·미 동맹, 국제공조로 다잡을 수는 없다. 실용주의는 전략적 유연성을 필요로 한다.

▶지난 주

19일 파키스탄 총선에서 야당 압승
19일 북·미 6자회담 수석대표, 베이징에서 회동
19일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직 사임

▶이번 주

25일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일본 방문
27일 토폴라네크 체코 총리, 미국 방문
3월 2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이라크 방문
3월 2일 러시아 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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