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구나 10년 만에, 배뱅이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0호 27면

뮤지컬 ‘굿모닝 배뱅이’
3월 30일까지
대학로 상상블루 소극장
화~목 오후 7시30분, 금 오후 2시30분·7시30분, 토·일·공휴일 오후 2시30분·6시30분(월 쉼)

“국내 공연계에 대형 뮤지컬은 넘쳐나지만 소극장에 알맞은 창작 뮤지컬은 드물잖아요. 젊은 관객에게 잊혀져 가는 우리 서도소리의 흥겨움과 매력을 안겨드리고 싶습니다.”

10년 만에 돌아온 ‘굿모닝 배뱅이(이하 ‘배뱅이’)’의 최강지 연출의 변이다. 서도소리 배뱅이굿을 현대 감각에 맞춰 재구성한 ‘배뱅이’는 최 연출의 각색·연출로 1995년 국내 초연됐다. 98년까지 매해 공연하다가 극단 판의 사정으로 그간 쉬었고, 다시 10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출연자 2명이 1인 다역을 연기하는 것도 그대로다.

낭월 이은관(92) 명창의 소리로 잘 알려진 ‘배뱅이굿’은 평안·황해도에서 전승돼 온 서도창의 하나다. 우리 가락은 남쪽 지방의 남도창인 판소리, 중부 지방의 경기민요, 서쪽 지방의 서도창으로 나뉘는데 남북 분단 이후 남한에서 서도창은 일부만 명맥을 유지해 왔다. 서도창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인 ‘배뱅이굿’은 특히 종교적인 굿이 아닌 연극적인 굿놀이로, ‘무당의 놀이는 허구며 귀신은 없다’는 반샤머니즘적 풍자와 해학을 담고 있다.

‘굿모닝 배뱅이’는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위해 뼈대는 가져오되 원작의 무대인 조선시대 주막집을 현대의 카페로 재구성했다. ‘살롱 하루’의 마담은 같은 마을 최 정승 집에서 일주일째 계속되는 지노귀굿 탓에 파리만 날리고, 일주일 만에 나타난 손님은 빈털터리 거지백수다. 백수는 원래 부잣집 외동아들로 태어났다가 조선 팔도의 명기를 찾아 유랑한 한량.

직전까지 평양 기생과 살다 재산을 탕진하고 떠돌이 신세가 됐다. 그는 마담에게 그 동네에서 일주일째 계속되는 최 정승 집의 굿판 내력과 배뱅이가 태어나 죽을 때까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최 정승 집에 찾아간 백수는 평안도에서 온 박수무당으로 변신해 배뱅이 혼을 멋들어지게 불러내고 굿판의 모든 사람을 속인 채 두둑한 사례금을 챙긴다는 줄거리다.

초연 당시 91년 전국 민요경창대회 명창부 대통령상을 받은 박정욱씨가 박수무당 역을 맡았고 ‘똑순이’ 김민희씨가 마담과 배뱅이, 배뱅이 엄마의 1인 3역을 했다. 김씨의 바통을 이어받아 두 번째 공연부터 배뱅이를 연기해 온 최윤주씨가 10년 세월이 무색하게 관록의 절창을 보여줄 예정이다.

최근 세태와 인간의 욕망을 농익은 육담으로 풍자하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쑹가타령 등 서도창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댄스 판이 벌어지는 것도 여전하다. 다만 흐른 세월을 반영해 최신 가요와 룸바, 자이브 댄스에 ‘원더걸스’의 ‘텔미’까지 곁들였다. “관객과 배우가 어우러지는 흥겨운 작품을 기대하시라”는 최 연출의 자신감이 쩡쩡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