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사고 ‘7인의 영웅’ 어제 영결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이명박 당선인이 22일 용문산 헬기 추락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을 찾았다. 분향을 마친 이 당선인이 간호장교 고 선효선 소령의 유가족을 끌어안고 있다. 앞쪽의 갓난아이는 태어난 지 6개월 된 선 소령의 둘째딸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응급환자 수송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장병 7명의 영결식이 열린 22일 성남 국군수도병원 체육관. 단상에 마련된 고(故) 김범진 병장 위패 아래 케이크가 놓여 있다. 평소 그가 좋아했던 더블넛초콜릿 케이크에 긴 촛불 2개와 짧은 촛불 3개가 꽂혀 있다.

영결식이 진행된 이날은 아들 김 병장의 23번째 생일이었다. 케이크는 어머니가 마련한 것이다. 어머니 윤용순(52)씨는 전날 사고 현장을 방문해 “내일이 우리 아들 생일”이라며 오열했었다. 아들을 낳은 날, 어머니는 아들을 떠나보낸 것이다. 영결식을 마치면 아들은 성남 화장장으로 간다.

오전 9시부터 진행된 영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140여 명의 가족이 체육관으로 모여들었다. 가족들은 말이 없었다. 체육관은 조용했다.

군악대의 추모곡이 정적을 깼다. 음악과 함께 고인들의 영정과 유해가 체육관으로 들어왔다. 고 이세인 병장 어머니 김경자(47)씨가 “이렇게 못 보낸다”며 달려가 영정을 끌어안았다. 순식간에 체육관은 울음으로 가득 찼다. 추도사가 낭송될 때도, 종교의식이 치러질 때도 울음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가족과 동료들이 영정 앞에 헌화하는 시간이 왔다. 간호장교였던 고 선효선 소령의 남편 유영재(29) 대위는 6개월 된 둘째 딸을 왼손으로 안고, 오른손으로 거수경례를 했다. 안경과 뺨을 타고 흐르던 눈물이 딸 위로 떨어졌다.

영결식은 국군의장대의 조총과 묵념으로 끝났다. 오전 10시20분,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영정과 유해는 군악대의 추모곡과 함께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군의관이었던 고 정재훈 소령의 부인이 떠나가는 남편을 향해 작게 손을 흔들었다. 몸은 크게 떨렸다. 한 손으로는 울음이 터져나오는 입을 막았다.

분당=강기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