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病들면.. 불평많은 환자일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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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의학전문지 랜싯=본사특약]『의사 선생님도 병이 들어요?』감기로 마스크를 쓰고 진료하는 의사에게 환자나 보호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일반인들은 의사는 질병에 덜 걸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대표적인 예로 감기는 소아과 의사의 「직업병」이다.수없이 많은 환자를 대하다 보면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이치.독감예방접종 대상 고위험군에도 노약자와 더불어 의료종사자가 들어 있다.
의사 자신이 병이 들면 어떻게 대처할까.
조기발견과 조기에 정확한 치료로 최선의 치료를 받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심각한 병을 가진 환자를 많이 대하다 보면 웬만한 증상은 지나치다 병이 깊어져서야 진단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아무리 최선을 다하려고 해도 그 당시,그 사회에서 치료가 어려운 질병에 대해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
그러면 환자를 치료하던 의사가 환자가 되면 어떤 심정일까.
랜싯 최신호는 49세 핀란드 정신과의사 일카 바르티오바라의 질병 체험담을 소개하고 있다.
이 의사는 87년 캐나다에서 진드기에 물려 라임병(홍반.심장병.관절염등을 동반하는 곤충매개성 질환)이 생겼으나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해 8년이 지난 지금은 심한 관절과 신경학적 손상으로 더 이상 의사생활을 비롯한 활동을 못하게 된 것.
라임병은 87년 당시 미국에서만 해마다 1만명의 환자가 발생해 잘 알려진 병이었으나 핀란드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질병.
따라서 발열.관절통.시력감퇴 등 라임병을 아는 의사라면 누구나 진단할 수 있는 증상이 있었으나 진단은 못 내린 채「불평많은 환자」라는 낙인만 찍혔다.그러나 16개월후 통증으로 운전은물론 의자에 앉아 있기도 힘든 상태가 돼서야 진 단을 받았으나너무 늦어버린 상태.
바르티오바라氏는 『질병으로 사회적인 모든 것을 잃었지만 환자의 고통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이 생겨 만일 지금 의사를 한다면훨씬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훌륭한 의사가 되려면 한번쯤 중한 병에 걸린 환자가 돼 볼 필요 가 있다』고 주장했다.
〈黃世喜 本紙의학전문기자.醫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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