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河南省 바보마을-미역등 못먹어 요드결핍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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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 허난(河南)省에 있는 왕자산마을은 동화책에나 나옴직한 이른바「바보마을」이다.
이 마을주민 5백여명 가운데 10%가 넘는 58명이 정상인들에 비해 지능발달이 현저하게 뒤떨어지고 있으며 2백70명은 가벼운 상태의 準바보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의 가구가 기본적인 농사법을 익히지 못해 고생하는가 하면 인민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졸업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마을공동으로 운영하는 향진기업조차 자영능력이 없어 외지인들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을주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나빠지면서그나마 조금이라도 똑똑한 사람들은 살길을 찾아 고향을 등지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급기야 중국의 국립장애자회복센터는 지난해 이 마을사람들의 집단적인 지능저하 현상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그 원인을 규명하는한편 치유책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보고서에 따르면이 마을사람들의 퇴행현상은 이상스런 바이러스감염이나 환경재해가 아니라 바로 요드결핍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요드는 미역.다시마등 해조류(海藻類)에 포함된 영양소로 이것이 부족할 경우 두뇌발달에 치명적인 결함을 줄 수 있다.
이와 관련된 한 연구결과는 하루 섭취량이 매일 1만분의1g만차이나더라도 정신박약 또는 소인병(小人病)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에는 현재 12억인구중 내륙지방에 사는 4억2천5백만명이이같은 요드결핍증(IDD)의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이는 전세계 IDD 환자의 40%에 가까운 수치다.
물론 해조류 섭취가 어려운 내륙지방 주민들에게 인공적인 요드처리과정을 거친 소금을 공급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나,대상지역을 찾아내는데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 각 지역별 대책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바로 이 때문에 중국의 각종 문헌들이 기원전 3세기부터 쓰촨(四川).후베이(湖北).간쑤(甘肅).구이저우(貴州)省등 내륙지방에서의 IDD결핍증으로 추정되는 현상을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현재도 중증(重症)환자가 7백만명,가벼운 증상을 앓는 사람이8백만명가량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이같은 바보증세가 여성과 7~14세의 어린이들 가운데많이 발견되고 있어 더 큰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가벼운 바보증세에 걸릴 경우 IQ지수는 정상인보다 10~15정도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정부는 오는 2000년까지 IDD결핍증을 뿌리뽑기 위해 지난해 가을 모든 식용소금을 요드 처리하기로 방침을 세웠으나,최근 조사결과 비용부담을 기피하는 제조업체들 때문에 소금유통량의 절반이상이 제대로 요드를 첨가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李陽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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