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 장애인 시켜 20개월간 억대 앵벌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4일 오후 경기도 파주경찰서 형사계 사무실.

판단능력이 없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선천적 정신지체 및 언어장애(3급)를 앓고 있는 崔모(42.여)씨가 가족들을 만나 한없는 눈물을 흘렸다. 崔씨가 '인간 찰거머리'에 걸려 꼼짝없이 끌려다니며 비참한 앵벌이 생활을 시작한 것은 1년8개월 전부터.

경기도 군포시 집 앞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崔씨에게 내연관계인 朴모(44.무직).李모(49.여)씨가 접근해 "밥을 먹여주겠다"며 경기도 파주시로 끌고 갔다. 이후 이들은 자신의 이름 석자도 못쓰는 崔씨를 월세방에 감금한 뒤 매일 승용차에 태워 경기도 일대 유흥가를 돌며 손님들을 대상으로 구걸행위를 시켰다.

이들은 崔씨의 목에 장애인 카드를 걸어 껌과 초콜릿 등을 팔게 했고 하루 수입금 30만~40만원을 고스란히 챙겨갔다. 이렇게 이들이 崔씨에게 갈취한 돈은 무려 1억8000여만원. 게다가 이들은 파주시에 崔씨를 장애인 생활보호대상자로 신청한 뒤 崔씨의 통장을 개설해 매월 나오는 20만1000원의 생계보호지원금도 빼앗았다.

이들은 정상인도 힘들 정도로 매일 오전 3시까지 하루 12시간 이상 崔씨에게 앵벌이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崔씨는 경찰에서 "어쩌다 몸이 아파 일을 못하겠다고 하면 마구 때려 1년에 고작 사흘 정도 쉬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4일 상습공갈 혐의로 朴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엄태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