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人만 로맨스영화 주인공하나 못생긴 여자 만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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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왜로맨스 영화의 여주인공들은 항상 완벽한 미인일까.』『왜 내 주변에는 영화속 여자같은 상대가 없는걸까.』 이러한 불만을 겨냥(?)한 듯한 색다른 로맨스영화 두편이 최근 미국에서 나란히개봉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단짝 친구들(Circle of Friends)』과 호주영화『뮤리엘의 웨딩(Muriel's Wedding)』은 똑같이「뚱뚱하고 못생긴 여자」가 진정한 사랑과 가치를 획득한다는 줄거리를 지니고 있다.지난해 개 봉한 프랑스영화 『미나 타넨바움』도 비슷한 내용이어서 이같은「여주인공의 변화」는 하나의 추세로까지 해석되고 있다.
『단짝 친구들』의 베니(미니 드라이버扮),『뮤리엘의 웨딩』의뮤리엘(토니 콜레트扮)은 할리우드식 기준으로 보면 결코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용모의 젊은 여성들이다.큰 키에 살이 쪄 주변 사람들의 노골적인 구박을 견뎌야 하는 그들은 그래서 수줍음이 많다.
『단짝 친구들』의 배경은 1950년대의 보수적인 아일랜드의 한 시골마을.성을 죄악시하는 가톨릭의 규범에 철저한 집안에서 자란 베니는 단짝 여자친구 두명과 함께 수도 더블린의 대학에 진학하면서 사랑에 눈뜨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는 대학의 첫 춤파티에서 춤추자는 남학생이 없어 울어버리는가 하면 정략결혼을 노리는 야심가 청년으로부터 『나 아니면 누가 너를 데려가겠는가』라는 모욕적인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학내 모든 여대생의 흠모대상인 멋진 의대생(크리스 오도넬扮)이 『아무 이야기나 다 받아줄 수 있을 것같은 푸근함과 현명한 지혜가 좋다』며 베니를 진정으로 사랑하게되는 것이다.반면 베니의 친구중 영화배우같은 미모 를 지닌 새프론 버로는 바람둥이 남자에게 버림받아 쓸쓸히 마을을 떠난다.
『뮤리엘의 웨딩』의 뮤리엘도「뚱뚱하고 못생겼으며 세련미가 전혀 없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아버지로부터도성격에 문제가 있다며 무시당하는 「미운 오리새끼」.
면사포를 쓰는 것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믿는 뮤리엘은결혼광고를 보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미남 수영선수와 위장결혼을 한다.그런 우여곡절끝에 뮤리엘은 자신의 가치를 깨달아 새로운 삶을 개척해 간다는 이야기다.
못생긴 여주인공의 스크린진출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일상생활에실제로 존재하는 정상적인 여자를 등장시켜야 할 필요성을 반영한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누나나 여동생같은 친근한 얼굴이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주며 크게 환영받고 있다는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뒷얘기를 알면 실망을 면키 어렵다. 왜냐하면 베니역을 맡은 신인배우 미니 드라이버는 이역을 따기위해 무려 15kg을 늘렸으며 뮤리엘욕의 콜레트 역시 20kg 가까이 체중을 늘렸기 때문이다. 두여배우는 지금은 다시 살을 빼는데 성공해 날씬하고 예쁜 모습을 되찾았다고 한다.
역시 신예들인 팻 오코너(단짝 친구들),PJ호건(뮤리엘의 웨딩)감독은 주인공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유머러스한 재치로 개성 있는 영화를 만드는데성공,두 작품은 개봉과 함께 미국내 흥행 상위에 드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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