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장막'의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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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선정 ''20세기 100대 보도사진''중 하나.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이 스위스 취리히에서 수많은 인파의 환영을 받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는 656개. 국립국어연구원(원장 남기심)이 밝힌 것만 따졌을 때다. 알듯 모를듯 하면서 생명력이 짧은 말들도 있지만 시대적 영향력이 큰 것도 적지 않다.

시대는 언어를 만들고 언어는 역사를 만드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1946년 오늘(3월5일). 이후 반세기동안 전 세계인의 이데올로기의 저변에 흐른 새 단어가 나온다. 바로 '철의 장막(iron curtain)'.

이 표현은 당시 미국을 방문중이던 영국의 W. 처칠이 미주리주 폴턴에 있는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연설을 하면서 처음으로 꺼냈다.

처칠의 연설은 이랬다. "오늘날 발트해의 수데텐란트에서부터 아드리아해의 트리에스테에 이르기까지 대륙을 횡단하여 '철의 장막'이 내려져 있다.(From Stettin in the Baltic to Trieste in the Adriatic, an iron curtain has descended across the Continent.)"

소련과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의 폐쇄성을 꼬집은 것인데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연합국의 소련권에 대한 불신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었다. 즉, 폴란드와 헝가리, 체코, 불가리아 등이 차례차례 소련의 영향권 아래 들어가는 현실을 빗대면서 결국 미국과 영국 등 자유진영의 결집을 역설한 것이다.

그후 '철의 장막'은 트루먼 독트린으로 이어졌고 세계는 자유주의 국가와 사회주의 국가의 대립으로 치닫게 된다.

'철의 장막'은 냉전을 알리는 서막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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