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셈.고시.외국어학원 간판 高額 입시과외 성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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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4일 오후11시 서울강남 H고 정문 건너편 N속셈학원.
닫혔던 셔터가 빠끔히 열리면서 학원장으로 보이는 여자가 먼저나와 주변을 두리번거린뒤 안쪽을 향해 손짓을 한다.그러자 여고생 서너명이 재빨리 빠져나와 기다리고 있던 봉고차에 올라탔다.
이 속셈학원은 인근 S중학.H고 학생들을 상대로 과목당 10만~20만원씩을 받고 국.영.수등을 가르친다.보충수업 때문에 밤늦게 끝나는 학생들을 위해 오전 1~2시까지「심야과외」도 한다.N학원 뒤편 D고시학원도 비밀과외 학원이다.
강남구청담동 C고 건너편 S.Y속셈학원,강남구삼성동 K고 후문 S고시학원등 최근 서울시내 중.고교 주변에서 속셈.고시.외국어학원이라는 간판으로 위장한 학원들의 불법 고액과외가 성행하고 있다.
이 학원들은 「위험 부담비」「소수반 운영」등의 명목으로 일반입시학원의 단과 수강료(월 3만2천원선)보다 3~16배나 많은과목당 월 10만~50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도봉구 J여고 인근 C속셈학원에서 월1백50만원에 국.영.수세과목 개인교습을 받는 Y고 3년 趙모(18).K고 3년 朴모(18)군은『오후10시쯤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마친뒤 학원으로 가 오전1시까지 과외를 한다』고 말했다.
趙군은『한반에 보통 10여명이 속셈학원.외국어학원등에서 입시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이들 학원중 일부는 안면있는 학부모나 학교 교사들로부터 학생을 소개받고 있고 몇몇 학원은 비밀리에 현직교사들을 강사로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원생과 국민학생을 상대로 속셈을 가르치다 최근에 고교생 상대 입시과외로 바꿨다는 강남구신사동 Z속셈학원 원장은『현직 영어교사를 초빙,고3 비밀과외를 네팀 운영한다』고 털어놓았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내 학원 1만4천2백개중 입시과외를 할수 있는 학원은 0.7%인 1백1개소에 불과하다.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속셈학원 3천9백93개소를 비롯해 어학원 5백79개소,고시학원 1백8개소,웅변학원 3백96개소중 상당수가 불법입시과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서울시교육청은 보고 있다.
이같은 불법행위는 입시계학원의 경우 시설기준이 까다롭고 인가제인 반면 속셈학원등은 등록제로 돼 있어 설립이 쉽기 때문이다. 강남교육청 사회지도계의 한 관계자는『지난해말부터 강남일대 6백여개 속셈.외국어학원들의 이같은 변칙영업 행위에 대한 신고를 받고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직원들이 4명뿐이어서 성과가 없다』고 밝혔다.
〈金秀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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