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화유산을찾아서>12.화엄정토 變相圖 최초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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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내에 이제까지 알려진 고려불화와는 전혀 색다른 양식을 띤 국보급 이형(異形)고려불화가 일본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화엄정토(華嚴淨土)사상을 그림으로 그린 변상도(變相圖)계통의이 고려불화는 中央日報社가 연재중인 『해외 문화유산을 찾아서』기획취재팀이 지난 1월말 일본 도쿄(東京)의 한 개인소장가를 취재하면서 발굴했다.
취재에 자문위원으로 동행했던 홍윤식(洪潤植)동국대박물관장은 이 고려불화를 지난 2개월간 정밀검토한 끝에 화엄정토사상을 그린 변상도로서는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처음 소개되는 13세기 중반의 고려불화라며 불화연구의 새 장을 열 수 있는 획기적 발견이라고 밝혔다.
〈관계기사 13面〉 洪교수는 『주제와 양식이 지금까지 발견된적이 없는 특이한 불화일뿐 아니라 고려중기 불교의 화엄정토사상을 일반인이 알기 쉽게 그린 불화』라고 평가했다.
『화엄정토변상도(華嚴淨土變相圖)』는 비단바탕에 폭 58.5㎝,높이 1백31.1㎝로 약간의 보수흔적은 보이지만 대체로 양호한 상태로 보존돼있다.
이 불화는 아래쪽에 다섯 여래상이 차례로 늘어서 있으며 중간에는 경전을 짊어지고 각각 다른 지물(持物)을 손에 든 일곱 비구가 그려져 있다.또 그 위에는 구름사이를 뚫고 40여래들이하늘로부터 하강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특히 이 『화엄정토변상도』에 보이는 52 여래.비구는 물론 경전을 짊어진 비구상도 이제까지 1백여폭이 확인된 고려불화에선한번도 나타난 적이 없는 전혀 색다른 도상이란 점에서 주목을 끈다.洪교수는 지난1월 도쿄에서 이 불상을 직접 조사한 결과를정리해 최근 논문을 작성,『월간미술』5월호에 발표할 예정이다.
洪교수는 『고려불화 가운데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등 경전의 내용을 알기쉽게 그림으로 설명한 변상도는 있었지만 일반적인불교사상을 그린 고려불화가 학계에 알려진 일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양식면에서도 이 불화는 고려전기에 성행했 던 회화성 강한 고려불화가 도상(圖像)전개의 한계에 부닥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 창안한 도상내용을 담고 있어 아직 많은 사실이 베일속에 가린 고려불화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엄정토변상도』는 현재 일본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 동양미술 컨설턴트인독일인 클라우스 나우만(60)이 소장하고 있으며 나우만은 『보스턴의 한 미국인이 소장하고 있던 것을 5년전미국의 한 미술품경매를 통해 구입했다』고 밝혔다.
[ 東京=尹哲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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