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T 기한연장 재검토회의 17일 개막 전망.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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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970년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연장기한을 정하기위한 NPT 연장및 재검토회의가 17일 뉴욕에서 시작된다.원폭(原爆)투하 50주년에 열리는 이번 회의는 21세기 인류의 안전과 脫냉전시대의 세계질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이번 회의의 개최배경과 협상경위,쟁점등을 정리해 본다.
[편집자 註] 핵확산금지 문제가 처음 논의되던 67년 당시 핵무기보유국은 美.러.中.英.프랑스등 5개국뿐이었다.이들 5개국에 대해서는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다른나라에 대해서는 군사적 목적의 핵개발을 금지」(핵의 수평적 확산금지)시킨 N PT는 조약성립 당시부터 불평등조약이라는 비난에 부닥쳤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핵보유국들은「핵군비의 감축과 핵개발 경쟁의조기종식」(핵의 수직적 확산금지.NPT 제6조)을 약속했지만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는 그 반대였다.
북한.이라크등의 예에서 드러나는 NPT체제의 불안정성은 표면적으로는 非보유국들의 수평적 확산 야심에 기인하고 있지만 이를조장한 것은 핵보유국,특히 美.蘇의 수직적 확산경쟁이었다는 점은 NPT체제의 가장 큰 모순으로 지적돼 왔다.
이와함께 이스라엘이나 인도.파키스탄 같은 NPT 비가입국이 NPT체제 밖에서 핵개발을 실현했다는 사실은 NPT체제의 실효성을 위협하는 중대한 결함으로 비판받아 왔다.
모순과 결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25년간 NPT체제의 유지가 가능했던 것은 냉전 때문이었다.공포의 핵균형에 근거한 미.소의대립구도를 현실로 인정하고,양측이 제공하는 핵억지력 아래서 안전을 보장받는다는데 대부분의 비보유국들이 동의했 던 것이다.
그러나 소련의 붕괴와 이에 따른 냉전구도의 종식은 NPT체제의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5개 핵보유국은 자신들만 핵보유를 계속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이번 연장-재검토회의는 NPT체제의 모순과 결함을 둘러싼 핵보유국과 비보유국간의 이해와 갈등이 극명하게 표출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러시아등 핵보유국,유럽안보협력기구(OSCE)소속 유럽국들,한국과 일본같은 미국의 동맹국들은 NPT를 무조건.무기한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미국 이외의 핵보유국들은 핵열강으로서의 기득권 유지 차원에서,비보유국들은 미국과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미국 입장에 동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한부 연장을 주장하는 세력은 비동맹그룹과 이집트를 중심으로한 아랍진영으로 양분된다.아랍국들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의 NPT 가입공약을 무기한 연장 조건으로 내세우며,이스라엘의 핵개발을 묵인한 미국의「이중기준」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비동맹그룹은 NPT연장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핵무기 완전폐기일정 제시▲전면핵실험금지조약(CTBT) 체결▲비핵가입국에 대한 핵안전보장(PSA.NSA)조약 체결▲군사용 핵물질의 생산.비축금지조약(일명 컷오프조약) 체결▲비핵가입국에 대 한 무제한의 평화적 핵이용기술 보장등을 핵보유국에 요구하고 있다.이같은 요구의 이행여부를 지켜볼 수 있는 시간만큼만 일단 기한부로연장한 뒤 그때가서 무기한 연장을 결정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NPT가 무기한 연장된다고 인류가 핵의 공포로부터 해방될 것으로 믿는 것은 난센스다.NPT체제 유지의 근간인 국제원자력기구(IAEA)핵사찰제도의 한계는 북한과 이라크의 경우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소련 붕괴후 급증하고 있는 핵물 질 밀수 사례에서 나타나듯 구멍뚫린 핵물질 관리체계는 탈냉전시대의새로운 불안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미.러의 핵감축 계획에 따라기존 핵무기에서 제거돼 나올 막대한 양의 핵물질을 감시할 체계도 현재로선 마련돼 있지 않다.이러한 미비 점들에 대한 진지한대책 마련이 병행될 때 NPT는 21세기 핵안전체계로서 진정한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裵明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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