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활 타는 달집 돌고 … 굿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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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청도군의 정월 대보름 달맞이 행사에서 거대한 달집이 타면서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청도군 제공]

21일 오후 8시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세천리 금호강 둔치. 생솔가지와 대나무·짚단으로 만든 달집에 불이 활활 타오른다. “뻥, 뻥”하는 대나무 타는 소리를 들으며 참석자들은 한 해의 복을 빈다. 달집에 대나무를 넣는 것은 불 붙은 대나무 터지는 소리에 잡귀가 놀라 도망가라는 의미라고 한다. 참가자들은 손에 손을 잡고 원을 만들어 달집 주위를 돌며 ‘칭칭이 놀이’를 한다. ‘달성다사 12차 진굿보존회’(일명 다사농악보존회)의 상쇠(농악대에서 꽹과리를 치는 우두머리)인 배관호 단장이 앞소리를 하면 “치나 칭칭나네∼”하는 뒷소리를 하며 달집 주위를 돈다. 불이 사그라질 때쯤이면 모든 사람이 액을 떨쳐내는 의미로 불을 뛰어 넘는다. 다사 대보름 굿의 마지막 장면이다. 올해 9회째인 이 자리에는 별고을 광대·풍물굿패 매구 등 18개 국악·풍물단이 참가한다. 전국의 사진 작가도 모여 전통 의식을 렌즈에 담는다. 배 단장은 “정월 대보름은 한 해의 액을 쫓고 풍년을 기원하는 중요한 명절”이라며 “전통을 잇는다는 생각으로 매년 ‘대보름 굿’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정월 대보름(음력 1월 15일)을 맞아 전통 행사가 줄을 잇는다.

대보름의 세시풍속은 여러 가지다. 다섯 가지 곡물로 만든 오곡밥과 나물을 먹고 부럼을 깨문다. 호두·밤·땅콩 등의 부럼을 깨무는 것은 부스럼이 생기지 말라는 의미다. 대보름 전후로 쥐불놀이를 하며 논둑을 태우기도 한다. 이날 일찍 잠들면 눈썹이 희게 변한다는 속설도 전해지고 있다.

청도군은 21일 청도천 둔치에서 주민 1만5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달집태우기와 군민화합 결의대회를 연다. 이날 만들어지는 달집은 높이 18m, 너비 10m. 트럭 50대 분의 솔가지와 나무기둥 155개, 볏집 200단이 들어간다.

하이라이트는 달집에 불을 붙이는 것이다. 달이 뜨는 순간 민심화합과 지역발전을 염원하는 소원문이 가득 걸린 거대한 달집에 불을 붙인 뒤 농악에 맞춰 신명나는 놀이판을 벌인다. 앞서 달맞이 행사로 청도문화원 등이 지역발전을 위한 기원문을 낭독한다. 부정선거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추된 청도의 명예를 되찾자는 군민화합 결의문도 채택한다. 행사장에서는 청도 농산물을 팔고 가훈을 써주는 코너도 있다. 이밖에 민속예술단 공연과 민속놀이 마당도 마련된다.

영천시청년연합회는 19일 영천교~영동교 사이 금호강 둔치에서 달맞이 행사와 함께 올 5월 열릴 도민체전의 성공을 기원하고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축하하는 행사를 연다. 영천 곳나무싸움과 전통무예 시연도 볼거리다.

홍권삼·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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