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부는 3D기피 바람-외과醫는 싫어 안.피부과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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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의사는 사람의 몸을 다루는 직업인이라는 점에서 모든 진료과가중요하다.그러나 크게는 신체의 전반적인 상태및 생명과 직접 연관되는 메이저과(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와 신체의 특정기관을 주로 취급하는 마이너과(안과.이비인후과.피부 과…)로 나눈다. 지금은 의대졸업생들이 마이너과를 선호하는 것이 추세다.
95년 전문의 응시현황만 보더라도 정신과가 모집정원의 2백8%나 된 것을 비롯해 피부과 1백71%,성형외과 1백64%,이비인후과 1백61%,안과 1백51% 등인데 반해 산부인과 1백29%,신경외과 1백21%,일반외과 1백9%,흉부 외과 73%로 마이너과의 지원율이 높다.
지난 4년간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 선발을 담당했던 내과 김노경(金潞經)교수는 『이같은 현상은 전국민의료보험 실시후 좀더 뚜렷해지는 것 같다』며 『의료인력이 메이저과와 마이너과에 골고루 분포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밝혔 다.
이같은 현상을 사회에서는 의료의 3D기피현상으로 보는 반면 의료계 당사자들은 메이저과가▲전망이 밝지 못하고▲의료분쟁이 잦으며▲3D까지 겹친 복합적 현상으로 본다.
인기과,비인기과의 존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다만 이전에는 메이저과가 인기였던 반면 최근에는 그 반대현상이 일어나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생명을 더 많이 폭넓게 다루는 메이저과를 기피하는 것은 국민의료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삼성의료원 임상의학 실장 이제호(李濟浩.산부인과)박사는 『중환자와 응급환자가 많아 늘 대기상태에 있어야 하는 메이저과가 힘도 들고 전망도 불투명하다면 의대졸업생들이 기피하는 것은 당연할 뿐 아니라 파행적인 의료가 행해지기도 쉽다』 며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현재의 보험수가로는 입원료가 여인숙숙박료와 같다.
게다가 의료사고가 생기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합리적 해결보다는병원점거 등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경우가 잦다.따라서 산부인과에서는 출산 등 꼭 필요한 의료행위를 기피하고 시 험관아기 시술등에 관심을 기울이며 일반외과에서는 맹장수술 같은 간단한 수술도 큰 병원으로 보내고 대신 소아과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같은 현상은 일본도 마찬가지.한 예로 일본의 외과의사수가 최근 10년 사이 11%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의사증가율(22%)의 절반에 불과한 형편이다.
일본에서 의사의 취업을 알선하고 있는 일본의료정보센터(JAMIC)의 요네미쓰 히로키 과장은 『오늘날 젊은 의사들이 희구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생활의 융통성이다.당직을 안하는 것과원하는 휴일수를 먼저 조건으로 내건 후 봉급에 대해 말을 한다』며 이전에는 봉급수준이 근무조건에 우선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주요과목 의국장들은 『의사가 되어 한평생을 사람의 생명과 관련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며 의대학생들에게 주요과목에 지원할 것을 설득하지만 학생들은 『생명에 관련되는 힘든 과목을 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여 헛수고가되고 만다는 것.
이같은 학생들의 변화는 「신세대」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일본에서도 의사과잉시대가 도래한 까닭이라고 분석한다.
의료분쟁이 잦아 검사의 40%가 분쟁에 대비한 검사라는 통계가 나온 미국도 방사선과.안과.마취과.피부과 등이 인기과다.
앞으로도 의료인력의 과별 선호도 불균형을 강제로 해소할 수는없다.그러나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생명을 직접 다루는 힘든 메이저과를 기피하지 않도록 사회제도적인 동기를 부여하는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黃世喜 의학전문기자.醫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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