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편에 섰던 흑인 의원 10여 명 오바마 지지로 돌아설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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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16일(현지시간) 손목에 밴드를 차고 위스콘신주 노스센트럴공대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 밴드는 이라크에서 목숨을 잃은 라이언 조펙 병장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와사 AP=연합뉴스]

미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인기도가 날로 급증하면서 과거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지지를 선언했던 흑인 의원들이 오바마 지지로 돌아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6일 보도했다.

신문은 오바마의 인기몰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힐러리 지지를 선언했던 흑인 연방 하원의원 10여 명이 최근 들어 대부분 흑인인 지역구민들에게서 오바마 지지로 바꾸라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1월 말 현재 43명의 흑인 의원 중 힐러리와 오바마 지지자는 각각 17명이다.

특히 대표적 흑인 인권운동가로 지난해 가을 힐러리 지지를 선언한 존 루이스(민주당·조지아주) 하원의원은 14일 “나의 지지 선언이 요즘 들어 흔들리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힐러리와 오바마 중 누구를 지지할지 밝히지 않은 제임스 클라이번(민주당·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도 “1년 전에 힐러리를 지지했던 많은 흑인 의원이 혼란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텍사스주 등 4개 주에서 경선이 열리는 다음달 4일 ‘미니 수퍼 화요일’에 오바마가 압승하거나 대형 주인 텍사스·오하이오 중 1개 주에서 승리할 경우 힐러리 지지를 선언했던 흑인 의원 상당수가 오바마 지지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했다.

오바마가 현재 확보한 대의원은 1262명으로 1213명에 그친 힐러리를 앞서고 있다. 다만 수퍼 대의원에선 160명 대 235명으로 75명가량 뒤진다.

◇다급해진 힐러리=이에 따라 힐러리 캠프는 올 1월 선거가 실시됐으나 대의원 자격을 인정받지 못한 플로리다와 미시간 등 2개 주의 경선 결과를 인정해 달라고 15일 당에 재청했다. 두 주는 민주당 중앙위(DNC)의 허락을 받지 않고 경선 일정을 1월로 앞당겼다는 이유로 경선 결과가 무효 처리됐다.

두 주의 대의원은 366명(플로리다 210명·미시간 156명)에 달한다. 지난달 15일 미시간 경선에선 60만 명이, 29일 플로리다 경선에선 180만 명이 참가해 힐러리가 각각 55%, 50%의 승리를 거뒀다.

일단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결정을 고수할 방침이다. 그러나 전통적 민주당 주인 미시간과 대형 주인 플로리다의 민심을 완전히 배제할 경우 11월 대선에서 낭패를 볼 우려도 커 고민 중이다.

◇앨 고어 중립 선언=이런 가운데 민주당 최고 스타인 앨 고어 전 부통령은 힐러리와 오바마의 집요한 구애에도 불구하고 16일 “당분간 중립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신문은 “두 사람의 초박빙 경쟁 때문에 민주당 대선 후보가 8월 전당대회 직전 796명의 수퍼 대의원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민주당 내에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터지기 전 중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당내 지도급 인사들이 당분간 중립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 등이 최근 고어를 만났고, 고어도 이들의 요구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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