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가림막마저 시민 항의 계속되자 “3개월 내 철거 … 복구현장 볼 수 있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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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청은 전소된 숭례문을 가렸던 ‘가림막’ 하단 일부를 투명 아크릴 재질로 15일 교체했다. 그러나 투명 가림막 역시 협소해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숭례문 화재 현장에 설치된 가림막이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서울 중구청은 숭례문에 불이 난 지 하루 만인 11일 오전 높이 6m짜리 가림막 설치 작업을 시작했다. 정동일 중구청장의 지시였다. 그러나 가림막 작업 도중인 11일 현장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난과 안전 문제를 지적하며 “가림막 높이를 올릴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15m 높이의 가림막이 14일 완공됐다.

불에 탄 숭례문을 외부에서 전혀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자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숭례문을 떠나 보내는 국민에게 볼 기회조차 주지 않는 성급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일부 시민은 가림막을 걷어차거나 가림막 아래 설치된 천막을 뜯어내기도 했다.

비판 여론이 들끓자 중구청은 15일 숭례문 광장 쪽 가로 20m, 세로 5m 크기의 가림막을 안이 들여다보이는 투명 아크릴 재질로 교체했다. 하지만 교체된 투명 가림막 역시 협소해 시민들의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

뒤늦게 문화재청이 나섰다. 박언곤 건축분과위원장은 15일 “숭례문 복원 과정에 필요한 가설 덧집(건축물을 재건할 때 겉에 세우는 시설물)을 설치한 뒤 가림막을 철거하겠다”고 발표했다. 복구 현장도 일반인이 볼 수 있도록 부분 공개하기로 했다. 가림막 완전 철거까지는 3개월가량 걸릴 예정이다. 중구청 강맹훈 도시관리국장은 “안전상의 이유로 가림막을 설치했던 것이나 시민들의 의견을 고려해 복구하는 동안은 낮은 울타리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동민(31·서울 명일동)씨는 “매일 버스를 타고 숭례문 옆을 지나지만 가림막에 가려 숭례문의 모습을 볼 수 없어 답답하다”며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불타 버린 숭례문일지라도 살아 있는 역사인 만큼 개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기헌·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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