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MB정부 가늠자 될 사람들 그리고 말·말·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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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02면

이제 다음 주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합니다. 그래서 다음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 대한민국의 변화상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기사를 집중적으로 기획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지표는 역시 대통령 당선자겠죠. 그가 1박2일로 열리는 ‘국정운영 합동 워크숍’에 참석한다는 얘길 듣고 16일 아침 일찍 취재진을 보냈습니다. 참석자들은 밤샘 토론까지 벌일 각오로 단단히 여장을 꾸려 왔다는군요. 당선인까지 경호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밤새 토론을 벌이겠다고 말했다네요.

처음엔 다소 김이 빠진 분위기로 출발했답니다. 당초 인수위원회 간사진과 청와대 수석, 그리고 장관 내정자까지 모두 참석하는 ‘합동’ 행사로 기획했는데 정부조직법이 타결되지 못해 장관들이 빠졌기 때문이죠. 인수위에서 지금까지 논의해온 사항들을 내각 책임자인 장관들에게 설명해 주고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인 셈인데, 한 축이 완전히 빠졌으니 취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당선인의 열변이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했답니다. 당선인은 말을 빨리 하지만 길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기억합니다. 이례적으로 당선인이 40분간 열변을 토했답니다. 내용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어 요약해 소개합니다(1·3면). 발언 전체를 뜯어보면 당선인의 생각이 더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정치인들은 대개 달변입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특히 말솜씨가 뛰어난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만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구수한 달변의 소유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물론 백담사를 다녀온 뒤 만났기에 과거와 많이 달라진 모습이겠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은 한 치의 빈틈 없는 논리와 각종 교양상식으로 꽉 짜여 강의를 듣는 느낌이 들죠. 노무현 대통령은 솔직한 반면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구사하기에 듣는 이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듭니다.

이명박 당선인도 전임자들 못지않은 언변을 갖췄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의 강점은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구체적인 표현들입니다. 그리고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입니다. ‘나는 매일 매일 변한다’는 말이 빈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30년 지기인 김백준 총무비서관 내정자’보다 ‘두 번밖에 만나지 않은 김중수 경제수석 내정자’가 자신을 더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얘기도 지나친 과장은 아닐 수 있습니다. 참석자들에게 ‘앞으로 사생활이 없을 것’이라고 예고하는 말도 그러리라 믿고 싶습니다.

다소 우려되는 대목은 ‘때론 정책이 국민 이해 못 받을 경우도 있다’ ‘부정적 비판 있다고 주춤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확신입니다. 불도저 같은 자세인데, 당선인 본인은 불도저를 ‘황소를 잠재우는 새로운 기계’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더군요. 대운하나 영어 몰입교육과 같은 논란이 많은 정책을 밀어붙일 듯한 자세입니다.
중앙SUNDAY의 특징 중 하나인 두 페이지용 사진(20·21면)에 특별히 숭례문 펜화를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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