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도 저가항공 띄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부산은 항공 수요가 풍부한 한국 제2의 도시입니다. (인수하기로 한) 대한통운의 주요 사업지역으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됩니다. 차제에 부산을 금호아시아나의 제2의 사업기지로 삼고 싶습니다.”

불과 석 달 전까지만 해도 “저가 항공엔 관심 없다”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그가 마음을 돌린 건 부산시의 열정이라고 14일 토로했다. 이날 부산시청에서 부산국제항공과 투자협약식을 한 뒤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는 “저가 항공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바꾼 건 부산시와 상공인들의 간곡한 설득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날 협약에서 아시아나항공은 230억원을 들여 부산국제항공의 지분 46%를 인수하기로 했다. 최대주주로서 직접 경영에 나선다. 부산국제항공은 이달 안에 회사명을 ‘에어부산’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르면 연내 국내선 취항을 한다는 목표다.

◇부산시와 기업인들의 협공 작전=지난해 9월 문을 연 부산국제항공은 세운철강·부산롯데호텔·부산은행 등 부산 지역 15개 회사가 출자한 지역 항공사다. 부산의 국내·국제선 수요는 빠르게 느는데 연고 항공사가 없어 불편을 느껴 왔다.

하지만 항공사 운영 노하우도 없고, 비행기 구입 자금도 턱없이 부족했다. 부산국제항공의 대표인 신정택 부산상의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에 투자를 요청한 건 지난해 5월이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은 “저가 항공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종전의 생각을 쉽사리 바꾸지 않았다. 그러자 허남식 부산시장이 함께 나섰다. 허 시장은 지난달 초 신 회장과 함께 박 회장을 찾아 서울에 왔다. 허 시장은 “행정·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부산의 숙원을 풀어 달라”고 설득했다. 박 회장은 협약식 자리에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신입사원도 대부분 부산 지역 젊은이로 채우겠다”고 약속했다.

◇저가 항공사 난립, 수익성은 미지수=하지만 에어부산의 앞날은 첩첩산중이다. 이미 국내 노선을 운항 중인 제주항공과 한성항공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라이벌 대한항공이 에어코리아 설립을 추진하는 것을 비롯해 인천타이거항공·영남에어·대양항공 등 10여 곳의 항공사가 국내선 취항을 준비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박삼구 회장은 “흑자를 내기까지 꽤 시일이 걸리겠지만 아시아나항공과 시설·인력을 공유할 수 있어 다른 곳보다 원가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 글 임미진 기자, 사진 송봉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