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식씨의 영화일생-주먹과 의리 액션스타 대활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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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故 박노식(朴魯植)씨의 생애는 한마디로 70년대 『용팔이 시리즈』로 대변되는 액션스타로서의 박력있는 삶이었다.
출연 배역에서 비롯된 「마도로스 박」「용팔이」등의 별명을 가진 그를 두고 올드 팬들이 떠올리는 인상은 주먹과 의리에 산,투박하지만 순수한 사람이란 것이다.『용팔이』시리즈 등에서 보여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유머 넘치는 표정연기도 추억속에 남아있다. 60,70년대 항상 겹치기 출연을 할만큼 큰 인기를 누린 朴씨는 문예영화의 주인공도 두루 소화해 일급 연기자의 면모를 보였다.
56년 이강천(李康天)감독의 『격퇴』로 데뷔한 朴씨는 이듬해『5인의 해병』으로 청룡상 남우주연상을 받았고,66년 아시아영화제에서 『청일전쟁과 여걸 민비』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67년 문예영화 『메밀꽃 필 무렵』으로 대종상과 청 룡상 남우주연상을 한꺼번에 차지,연기자로서 정상에 서기도 했다.
전남 여수에서 유복한 집안의 7남매중 차남으로 태어난 그는 여수수산학교.순천사범대 시절 음악.연극등에 빠지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다.조선대 체육학과에 다니면서 다듬은 몸매는 나중에 유연하고 빠른 몸동작이 요구되는 액션스타의 밑거름이 됐다.
70년대 들어 제작자와 감독으로의 변신이 여의치 않자 80년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87년 귀국할 때까지 외로움과 향수병으로시달렸다.가족들은 이후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귀국하자마자 외아들 준규씨와 공연한 액션영화 『카멜레온의 시』를 내놓으며 재기를 시도했으나 이 역시 여의치 않아 영화로서는 마지막 작품이 되고 말았다.
그가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선 것은 93년 9월 KBS-2TV드라마『금요일의 여인-홍리나의 위험한 선택』에서 아들 준규씨를쫓는 형사반장역을 맡았을 때였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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