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보고 정치.경영 배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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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권력과 경영의 정상에 오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침팬지의 권력투쟁 행동에서「세력을 규합해 기존 리더를 공격하라」는 결론을 도출한 한권의 책이 미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특히 평범한 의원에서 5년만에 미국 하원의장으로 급부상한 뉴트 깅그리치의 출세 비결이 침팬지의 행동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근착 비즈니스 위크誌는 깅그리치 하원의장의 권력투쟁 과정이 네덜란드의 동물학자 프란스 드 발이 저서『침팬지 정치:원숭이들간의 권력과 섹스』에서 묘사한 침팬지의 권력투쟁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깅그리치는 신참 공화당 의원들에게 필독서로 권해올 정도로 수년간 이 책 내용의 추종자로 알려져왔다.
원숭이와 침팬지등의 전문 연구가인 드 발은 여기서 침팬지들이권력을 잡기위해 취하는 행동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루이」라는 야심만만한 침팬지는「예로엔」이라는 전제적인 리더를 꺾기위해 치밀한 캠페인을 벌여 결국 권력을 잡게된다는 것이다. 루이는 지위가 낮은 침팬지들을 돌봄으로써 인기를 얻는다.
또 예로엔의 지지자들을 처벌하고 예로엔에게는 공손한 체하면서도응대를 않았다.
깅그리치가 짐 라이트 前하원의장을 공격할때 사용한게 바로 루이라는 침팬지의 전략이라고 비즈니스 위크지는 지적했다.
1년이상 깅그리치는 동조자들을 규합하면서 라이트의 윤리적 측면을 공격했다.라이트는 결국 1989년에 사직했다.한때 존재가미미한 깅그리치가 주요 권력자로 부상했다.
『야망과 권력』의 저자인 존 베리도『깅그리치가 공화당의 거대인물로 부상한 것은 이런 전략때문』이라고 지적했다.그러나 깅그리치는 여기에 대해 의견을 밝히길 거부했다.
이런 침팬지의 행동을 경영에 적용할 경우 어떤가.비즈니스 위크지는 직장 생활과 관련,다섯가지 경영비법을 열거했다.첫째,최고 경영자는 항상 과대망상적 증세를 보인다.
둘째,리더가 너무 공격적이면 결국 물러난다.부하들이 전력을 다해 상사를 제거할 기회를 노리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외톨이가 되는 것은 위기때 아무도 지지해주는 사람이 없는 점에서 입지가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넷째,회의는 세력의 힘을 테스트하는 기회다.누구의 농담에 웃고,누구의 아이디어가 무시되는지를 살펴보라.
다섯째,투쟁후에는 서로 일상적인 업무 처리를 위해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다.화해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 그것을 끌어내는 것이다.
『도덕적인 동물』이란 책을 지은 로버트 라이트는 드 발의 저서와 관련,『일단 침팬지의 행동과 생각을 알게되면 직장 생활을보는 방식이 영원히 바뀌어질 것』이라며『직장은 솜씨있게 술수를부려 유리한 위치에 서거나 규칙위반에 가까울 정도의 교묘한 수를 쓰는 행동으로 가득차 있다』고 지적했다.
드 발은 이 책 출간후 침팬지 행동을 관찰,공동체 유지를 위해 평화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를위해 아주 낮은 지위의 동료와 관계를 회복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소수 고위층을 지지자로 확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드 발은 『침팬지 연구결과가 야심가가 성급한 행동을 하는데 이용돼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침팬지는 서로간 적대적이어서 그 결과는 비참하다고 지적했다.정상의 자리에서 밀려난 예로엔은 젊고 힘센 침팬지를 규합해 흉계를 꾸 며 결국 밤중에 루이의 발가락을 찢어 죽이고 말았다는 것이다.
깅그리치 의장과 일면식(一面識)도 없지만 그는 새 하원의장이노골적인 공격보다는 평화구축과 동료관계의 강화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李商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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